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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추락하는 교권에 날개를 달자

“도대체,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지” “아무리 철이 없어도 이럴 수는 없는거 아냐”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이제 곧 교단을 떠나야할 원로 선생님의 장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평생을 아이들 가르치는 데 힘써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웠었던 적은 없었다며, 애틋한 사제지간의 정은 고사하고 아예 가르치는 것 자체가 곤욕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

일부 학생들 가운데는 교사들의 관심을 간섭이라 여기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심지어는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존립 목적 중 가장 중요한 수업 시간이 진지하기는커녕 일부 학생들의 고장난 인성으로 인하여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일탈 행위를 해도 그들의 잘못을 꾸짖고 엄하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인내하고 용서하며 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럴듯한 교육관이 팽배하고나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수업으로 인한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코를 골며 자거나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고 시간 내내 핸드폰을 조몰락거리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교사가 자는 아이들을 깨우거나 딴짓을 하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다보면 수업 진행은 리듬이 끊겨 엉망이 되기 일쑤다. 교사의 지적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지만 때로는 따지고 덤벼드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니 수업 시간이 자칫 교사와 학생 간의 감정 대결로 치닫는 경우도 흔하다.

아이들이 일탈 행위를 하거나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릴 수 있는 교칙마저도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하여 교실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교칙의 처벌 규정을 완화하고 관련 규정의 적용도 가급적이면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학교마다 교칙에 두발 교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학생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사실상 두발자유화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엄격하게 대하는 선생님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괜히 잘못을 지적했다가는 “다른 선생님은 가만히 있는 데 왜 선생님만 유난을 떠느냐”고 대드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연락해서 학교에 항의하는 사례까지 있다. 지난 5월에는 급식 문제로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이 있고 초등학생마저 주먹을 휘둘러 담임교사가 병원에 실려간 일이 발생했다. 그러니 교사들 사이에서도 웬만하면 아이들을 자극하지 말고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 질서와 규율을 가르쳐야 할 학교는 입시에 발목이 묶여 제 역할을 상실한지 이미 오래다. 교사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학원 강사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 버릇없는 자식보다 오히려 교사의 간섭을 견디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과잉보호와 인성보다는 학력을 우선시하는 교육 풍토가 지속되는 한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교사들의 애정도 점차 식어갈 것이 분명하다.

교육은 교사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무력증에 빠진 교단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추락한 교권부터 회복해야 한다. 학교의 교칙을 엄격히 적용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학생들의 자율성 못지않게 교사의 학생지도권도 보장해야 한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달라도 교권 도전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영국은 아예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막아 교사의 학생지도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추락은 자신의 자리에서 멀어진 채 바닥을 행해 내려오는 슬프고도 아픈 것이지만 그나마 날개가 있어 위안이 된다고 했다. 더 이상의 교실붕괴를 묵인할 경우, 사회의 기초가 흔들리고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추락하는 교권에 날개를 달아줄 교육당국의 확고한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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