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 영하 3.5도. 매서울 정도로 춥게 느껴지는 날씨가 12월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음을 은연중에 알려줍니다.
이렇게 세모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은 꼭 날씨만이 아닙니다. 도시의 광장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고 성당과 교회에서는 수많은 형형색색의 꼬마전구들이 화려한 치장을 한 채 12월의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꽃집에서는 새빨갛게 핀 포인세티아를 진열장에 배치하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돋구기도 합니다. 아참, 영화 '나홀로 집에'가 방영되는 시기도 바로 이 무렵입니다.
어제, 저녁 늦게 퇴근하면서 시내 모습을 살펴보니 정말 오색찬란했습니다. 어디선가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간간이 들리고 가게들마다 맑은 통유리 속에 화려한 트리를 꾸며놓고 저물어 가는 2006년을 송별하고 있더군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은 늘 감상적으로 변하곤 합니다. 꼭 분위기 때문만이 아니라 12월이 되면 합격과 불합격, 만남과 이별, 절망과 희망, 사랑과 증오, 전쟁과 평화,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 등이 가장 많이 교차하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12월은 마음에 품은 희망과 회한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선명해지기 때문일 테죠.
일년 중 가장 화려한 밤거리를 걸으며 낭만에 빠질 수 있는 것도 12월이고, 일년 중 가장 착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도 12월입니다. 연인들도 이 무렵이 되면 가슴 저미는 사랑을 확인하며 서로에게 더욱 살가워지게 됩니다. 왠지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공허함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일 겁니다.
15라운드에 역전을 노리는 권투선수처럼 정신을 바짝 차려 들매끈을 고쳐 매고 최선을 다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길만이 흐르는 12월의 공허와 페이소스를 극복하는 첩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