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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 선물 아직도 보관중입니다

2006년도 어느새 역사속으로 사라질 찰나에 있다. 벌써 한해를 마무리해야하는 시점이라니 정말 시간이 빨리간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 특히 교직생활에서 세월의 빠르기는 다른 어느 직종보다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다. 매년 뒤풀이되는 일이긴 하지만 새로운 학생들과 새롭게 생활하다보면 적응기를 거쳐 완성단계가 다가오게 마련이고 그때가 되면 해가 바뀐다.

최근에 연하장 한통을 받았다. 사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눈부시게 발달한 탓에 종이로 만든 연하장을 우편으로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 보내지도 않지만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만큼 간단하게 클릭 몇 번으로 인터넷을 통해 연하장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이로 만들었고 우표까지 붙은 연하장을 받으니 정말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하장을 보낸 주인공은 올해 4월에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에서 교생실습을 했던 대학생이었다. 어느새 대학생활을 마무리했고 졸업만 남겨 놓았다는 이야기며, 교생실습때가 기억에 많이 남고 우리반아이들 생각도 많이 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함께 했던 과학의 날 행사도 너무 유익했고 좋은 경험이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데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끝을 맺었다. '선생님이 주신 선물 아직도 보관중입니다. 너무 소중해서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간직할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보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때 무슨 선물을 했었지. 한참 후에 그 선물의 실체가 떠올랐다. 그 선물은 다름아닌 도서상품권이었다. 한달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앞으로 훌륭한 선생님이 되십시오라고 하면서 건넸던 것이다.

선물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단순히 수고했다는 표현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것을 매우 소중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그것을 지금껏 사용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멋적은 생각이 들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좋은 값비싼 선물을 할 것을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즈음에 보기힘든 우편으로 배달된 연하장을 받은 것만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선물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뭔가 흐뭇하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 교사는 모든 행동을 조심하고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생실습을 나왔던 대학생도 이렇게 사소한일에 감동을 받는데, 자라나는 학생들은 어떨까. 훨씬더 감수성이 예민하고 주위 환경에 민감한 것이 우리 학생들이다.

예전에 참여했던 연수에서 어떤 강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냥 단순하게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까지 공책에 메모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또 시험불 때면 예를들어 설명을 그대로 쓰는 학생들도 많다. 선생님이 너는 앞으로 무슨일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 학생은 그것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정말 교사의 말한마디가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코너를 통해 교생실습 나왔던 그 학생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올해가 다 가기전에 중요한 의미를 전달해 주었기 때문이다. 도서상품권의 의미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깨달은 연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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