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의 어머니인 만명 부인이 새댁 시절 친정에 잠시 다니러 가게 되었다. 평소 검소했던 그녀는 가마도 마다하고 젖먹이 어린 딸을 건사할 여종 한 명만을 데리고 조촐하게 길을 나섰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친정에 도착할 요량으로 만명 부인은 서둘러 산을 넘기로 하였다. 그런데 산 중턱쯤에 이르렀을 무렵 길 한쪽에 쓰러져 신음하는 늙은 걸인을 보게 되었다.
만명 부인은 급히 그를 부축하여 대충 몸의 상태를 살펴보니 허기에 지쳐 탈진상태로 곧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자 만명 부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저고리 섶을 풀어 헤치고 잔뜩 부푼 젖가슴을 꺼내어 늙은 걸인의 입에 물렸다.
처음에는 미동도 하지 않던 걸인은 젖가슴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자 정신 없이 만명 부인의 젖꼭지를 빨아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계집종은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을 가리고 돌아섰다. 만명 부인은 전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늙은 걸인이 젖을 좀 더 잘 빨 수 있도록 걸인의 목덜미를 두 손으로 받쳐 주었다. 한참 후 늙은 걸인이 겨우 의식을 회복하자 만명 부인은 손수 걸인을 부축하여 마을에 데리고 가서 주막집에 돈을 치르고 주모를 불러 따로 수고비를 주면서 걸인이 몸을 회복할 때까지의 몸조리를 부탁하고는 다시 친정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여종은 마음으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존경과 감동을 받아 그 일을 죽을 때까지 발설하지 않고 마음속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주막집에서 며칠만에 건강을 회복한 늙은 걸인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사방팔방으로 찾아 나섰지만 끝내 그 신원을 알 길이 없었다. 늙은 걸인은 그날부터 신라 전역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을 축원하는 불공을 지극정성으로 드렸다.
얼마 후 만명 부인이 잠을 자는데, 꿈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눈부신 광채가 나는 옥구슬 한 개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인이여, 공덕이 크고도 아름답도다. 내가 너에게 주는 이 옥구슬은 장차 나라와 가문을 길이 빛낼 귀한 보배가 될 것이니 부디 소중하게 간수하고 잘 닦도록 해라.”
관세음보살로부터 그 옥구슬을 소중히 건네 받아 품에 안은 만명 부인은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 꿈을 꾸고 나서 얼마 후 만명 부인은 수태를 하였으니, 그 꿈이 바로 김유신 장군을 잉태하는 태몽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 태어난 김유신 장군은 어머니 만명 부인의 훌륭한 가르침과 본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후에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되었으니 정말 관세음보살의 예언대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