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방학을 집에서 잘 보내고 계십니까? 방학이라도 편히 쉬지도 못하고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웃학교 어느 선생님께서는 새해 첫날 일직인데 아침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새벽부터 집안 잡동사니 정리했던 것 치우느라 더 바빴고 학교에서도 오후 늦게까지 조용할 때 구질구질한 부서 캐비넷이랑 개인 사물이랑 여태까지 정리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일직을 보람 있게 보내는 것 같아 기분이 개운하고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내일부터 착실한 주부 노릇을 해야겠다고 하네요. 구석구석 세밀히 2차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반찬도 푸짐하게 간식도 영양가 있게 준비하려고 하네요. 이 선생님과 같이 여러 여 선생님께서는 집에서 할 일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방학이 끝나고 나면 나름대로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냈노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알차게 꾸며 나갔으면 합니다.
방학인데도 습관은 정말 무시 못 합니다. 방학이라 야자도 없고 해서 조금 일찍 자고 하니 더 일찍 일어나네요. 새벽 한 시 반에 잠이 깨어 책을 좀 보다가 다시 잠을 청했는데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네 시에 일어났습니다. 저처럼 나쁜 습관은 젊었을 때부터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새벽은 교육은 인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정(認定)’이라는 낱말이 떠올랐습니다. 배우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인정했을 때만 진정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르겠습니까? 선생님의 실력을 인정할 때 수업시간에도 진지하게 수업을 들을 것 아닙니까? 선생님의 인품을 인정할 때 선생님의 모습을 닮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학생들이 선생님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때부터 어떻게 합니까? 수업시간에 다른 공부할 것 아닙니까? 선생님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는 잠을 자든지 눈을 떠 있어도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딴 생각을 할 것 아닙니까? 선생님이 실력이 없다. 배울 것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 시간에 수업을 방해합니다.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다른 책을 훔쳐볼 것입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릴 것 아닙니까?
학생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학생들은 선생님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게 됩니다. 선생님을 존경하게 됩니다. 선생님을 따르게 됩니다. 수업분위기가 좋아집니다. 수업시간 시간이 잘 갑니다. 그러하지 못하면 수업이 지옥이 됩니다. 수업은 지겹습니다. 수업은 고역이 됩니다. 왜 이리 시간이 안 가나 하고 시계만 쳐다볼 것 아닙니까? 하품만 하고 눈짓을 하고 엉뚱한 짓을 할 것 아닙니까?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르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의 성품을 닮아가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의 인격을 닮아가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의 언어를 닮아가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의 정직을 닮아가게 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선생님의 성실을 닮아가게 됩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실력도 인정받고 성품도 인정받으면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재미가 있게 됩니다. 학교생활에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생활이 기쁘게 됩니다. 학교가 오고싶어집니다. 학교에 오래 머무르고 싶게 됩니다. 그래야 학교에서 믿고 꿈을 키워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심신이 건강하게 됩니다. 믿을 선생님이 계시기에 안심 놓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교생활이 윤택하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