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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실업계고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집니까?

선생님, 지난 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어제는 소한입니다. 소한 때는 '정초 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 아닙니까? 어제는 정말 '소한 땜'을 하는 것 같더군요. 낮에는 별 추운 줄 몰랐었는데 저녁이 되니 다르더군요. 저녁 7시쯤 밖에 나갈 일이 나가 11시쯤 들어왔는데 금년 들어 가장 추운 저녁이었습니다. 찬바람에 약간의 눈발이 날리기도 했습니다. 밤에는 창틈을 통해 찬바람이 들어올 정도였습니다.

소한 때는 전국이 최저기온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든가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고 할 정도로 추웠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번 추위를 잘 견뎌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추위를 잘 이겨내면 그 다음은 별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는 한국교육신문에 나와 있는 “실업계고 명칭 '전문계고'로 확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보니 올해부터 실업계 고등학교의 명칭이 전문계 고등학교로 바뀐다고 하네요.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등교육법의 직업분야 고등학교 계열 명칭을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전문계 고등학교로 변경하기로 확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하네요.

교육부는 '실업'이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따른 학생, 학부모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고 설문조사,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밟아 특성화계고는 기존의 특성화고등학교와 명칭이 혼동된다는 지적에 따라 전문계고로 확정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하네요.

이에 따라 고등학교 분류체계를 크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보통교과 중심의 일반계 고교, 소질과 적성을 키우기 위한 전문교육 중심의 전문계 고교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정부 각 부처와 일선학교, 일반인들도 실업계고 대신 전문계고라는 말을 쓰도록 홍보활동에 주력할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실업계 고등학교 살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면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업계 고등학교가 비상입니다. 학부모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기피합니다. 자기 자녀들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기를 원치 않습니다. 공부를 해낼 만한 능력이 없어도 남들 다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려고 합니다. 그래야 사람 축에 끼이고 사람 대접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애가 구구단을 못 외우고 수학공식을 못 외우고 수학공식에 대입을 하지 못해도 대학 간다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호합니다.이런 상황에서 실업계 고등학교의 ‘실업’이라는 말을 떼어 내고 ‘전문’이라는 브랜드로 바꾸어 실업계를 살리려고 하는 것을 볼 때에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요즘 아파트도 브랜드가 있는 아파트값이 올라가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유명 브랜드로 바꾸는 것을 보지 않습니까? 우리 동네만 해도 10년 전 지은 ‘--’라는 아파트 이름을 ‘----’라고 바꾸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의 값을 올리기 위해 겉만 멋지게 도색을 하고 브랜드로 바꾸어 놓은 것을 봅니다.

그렇다고 아파트 질이 높아집니까? 그렇다고 아파트 값이 올라갑니까? 그렇다고 아파트 가치가 높아집니까? 그러하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속아 이름 바꾼 것 보고 인정해 주려고 하고 값을 올려주려고 하겠지만 아는 사람은 속으로 비웃을 것입니다. 아파트의 가치가, 값이, 질이 높아지려면 지금 브랜드를 내걸고  짓는 것처럼 내부가 달라져야 할 것 아닙니까? 집 안에 투자를 해서라도 바꾸어가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야 아파트 값이 올라가고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실업계고 명칭을 전문계고로 바꾼다고 학교가 좋아집니까? 학부모들이 선호하겠습니까? 학생들이 선호하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겠습니까? 모르는 사람 일부는 그러할지 모르지만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비웃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전문계고로 바꾸려면 우선 전문계고다운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전문계고다운 시설이 구비되어야 합니다. 전문계고답게 초현대식으로 건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전문계고답게 온갖 실험실, 실습실, 연구실, 교무실, 교실 등이 현대식으로 지어져야 합니다. 전문계고답게 거기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 유익을 줘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올 것입니다.

교육재정을 확충해야 합니다. 전문계고 교육재정을 더 확충해야 합니다. 잘은 모릅니다만 지금 현재 교육재정이 전보다 더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실업계를 살린다고 하면서 실업계고의 교육재정도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이라도 실업계고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있다면 이름만 브랜드로 바꾸려 하지 말고 실제 실업계고가 전문계고답게 내부를 바꾸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 실업계고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모든 면에서 교육재정을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최신식 기자재, 최신식 학습자료, 최신식 교실, 최신식 실습실, 최신식 실험실 등을 구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업계고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 사기를 진작시켜 줄 수 있는 각종 수당 신설, 인센티브 방안도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도록 관련 회사와 연계 등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무턱대고 대학만 가려고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실업계고의 대우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실업계고가 살 것입니다. 그래야 실업계고를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실업계고를 기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 전문계고답게 대접을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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