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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황금돼지띠 아기들아, 정말 고맙다!


2007년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벽두부터 600년 만에 한번 오는 황금돼지해니, 그건 기업이 물건을 팔아먹기 위한 상술이니, 육십갑자에 의해 60년 단위로 돌아오는 붉은돼지해가 맞니 하면서 역술가들까지 동원되어 색깔론 돼지 얘기로 떠들썩하다.

작년에는 200년 만에 한 번 온다는 쌍춘년이라 해서 ‘쌍춘년에 결혼하면 백년해로 한다’며 너도나도 결혼한다고 야단법석이더니, 올해는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기는 재물운이 있어 평생 편하게 산다’는 루머성 속설에 너도나도 아기를 갖겠다고 한참들 요란이다.

덩달아 ‘황금돼지베이비붐’에 신바람이 난 출산 및 문구업계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에 바쁘고, 곁가지로 특수를 노리는 장사치들은 물건마다 황금돼지를 엮어 팔아먹느라 거리는 온통 돼지모형 판국이다. 그 덕분에 집집마다 돼지에 관련된 상품 하나씩은 구비하고 있는 형편이다. 나같이 휩쓸리기 싫어하는 사람도 진짜 황금이 아닌 가짜 황금돼지저금통에 돼지모양의 핸드폰걸이를 갖고 있으니 오죽하랴.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하더니 우리가 잔머리의 귀재인 망둥이의 술책에 놀아나는 철없는 꼴뚜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온갖 데이들의 탄생은 사람들의 허한 심리를 잘 읽어낸 망둥이들의 높은 지능지수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정말로 작년 쌍춘년에 결혼한 부부들은 한 커플의 낙오자도 없이 백년해로할까?’
‘진짜로 올해 황금돼지해에 낳은 아기들은 평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까?’

아니라는 것은 황금돼지해가 되자마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쌍춘년에 결혼한 모연예인 커플의 파경만으로도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다. 백년해로는커녕 한 달도 채못되어 찢어진뒤, 지금은 철천지 원수가 되어 상습폭행혐의로 고소에 맞고소까지 아직도 그 사건은 진행 중이다. 한 달 전만 해도 핑크빛미래 운운하며 화사한 결혼사진으로 싱글들의 배를 아프게 하던 커플이었는데, 이제는 기자들이 의도해서 찍은듯한 시퍼렇게 멍든 가련녀의 얼굴과 모자를 푹 눌러쓴 폭력남의 볼썽사나운 모습만 크로즈업 되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신나게 오르내리고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나는 구경 중의 하나가 싸움구경이라고 하더니만 불특정다수 누리꾼들에게는 호재가 되어 댓글수만 신나게 늘려놓고 있다. 전남편 전아내라는 호칭을 달고 최다검색어 순위에 올라 세인의 웃음거리가 되어야하는 이 커플을 보며 씁쓸함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7년 동안 사귐을 가져왔다는 이네들은 서로의 단점을 잘 알면서도 행여나 하는 요행수에 모든 것을 걸고 서둘러 결혼하다 이런 파경을 맞은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님을 알면서도 쌍춘년이니까 묻혀서 가면 모든 게 잘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상술에 같이 맞장구를 치다가 이런 치도곤을 맞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돼지꿈을 꾸었을 때 당첨되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거의 태반인데도 복권을 사는 경우처럼 말이다. 결혼한 부부가 백년해로하며 잘 사는 것은 쌍춘년이 선물해준 것도, 황금돼지해가 가져다준 것도 아닌 상대방에 대한 끊임없는 배려와 인내라는 것을 이네들은 너무도 쉽게 간과를 해버렸다.

나야 쌍춘년에 결혼을 못해서 백년해로하지도, 황금돼지해에 아기를 낳을 가능성도 전혀 해당사항 무인 사람이다. 하지만 쌍춘년에 결혼한 연예인 커플의 파경소식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크기에 첫 해 첫 글의 소재로 다뤄보았다.

속설도 많은 만큼 거는 기대도 큰 황금돼지해, 교사로서 지금 당장 황금돼지가 고마운 것은 이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많은 예비교사의 밥줄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입학생 수가 줄어들어 새내기들의 발령이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 때에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애써 배운 전문 능력을 어디에고 써먹을 수 없다는 사실만큼 참담한 일이 어디메 있을까? 철밥통이라는 별명이 붙은 교사들까지 실업자 운운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방구석에 쳐박혀 가슴을 퍽퍽 치고 있을 것인가? 실업자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황금돼지가 아니라 돼지할애비라도 대통령으로 밀어주리라.

어쨌든 올 한해 아기들이 많이 많이 태어나서 예비교사들이 일할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고,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는 아기들은 속설처럼 평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돼지띠가 아닌 사람들도 돼지해의 기운을 받아서 모두 황금빛이 나는 한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황금 돼지야, 아니 붉은 돼지야, 아니 그냥 돼지야, 오자와다다시가 쓴 『느긋한 돼지와 잔소리꾼 토끼』라는 책 읽어봤니? 똑같이 주인공으로 나온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까 토끼띠인 나의 개인적인 부탁 좀 들어줄래?

올해는 내가 잔소리 좀 덜하고, 예쁜 마음만 먹고, 요행수 바라지 않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열심히 뛸 테니까, 복을 광주리에 담아서 듬뿍 듬뿍 퍼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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