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각급학교가 한창 방학을 보내고 있는 시기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학교는 학생들이 있을 때보다는 조용하다. 학교에 출근을 해 보아도 교무실에는 몇몇 교사들만 보일 뿐이다. 학생들의 모습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등교 할 때에 비해서는 정적 그 자체이다. 그러나 교장실은 비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교장선생님이 거의 매일같이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교무실의 교감선생님 자리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컴퓨터가 켜져있고 그 자리를 교감선생님이 지키고 있다.
'교장, 교감은 방학때 출근하라고 법에 나와있나요?' 방학중에 출근한 어느 선생님의 질문이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것은 아닌듯 합니다. 다만 방학이라고 해서 학교를 비울 수 없고, 최소한 교장이나 교감 중 한명은 학교에 나와야 긴급한 업무등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학교도 지키고 업무도 처리하는 것이 교장, 교감의 할일이 아닐까요.'(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 모두 웃는다.) 막상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나니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어느 교감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사석에서이다. '교감되니까 좋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방학때마다 학교 지켜야지요. 평소에는 선생님들 불만사항 모두 듣고 처리방안 연구해야지요.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휴지 줍는일도 해야지요. 거기다 교육청에서 누가 온다고 하면 온통 신경써야지요. 완전히 학교의 머슴입니다. 방학때는 집지키는 똥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감은 할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큰 착각을 했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리포터가 한마디 했다. '그래도 똥개라는 표현은 좀 그렇네요. 세파트면 몰라도....' 다같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했었다. 방학 때마다 최소한 교장, 교감 중 한명이 출근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소한 도의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학교에 나가보면 교감선생님 혼자서 학교를 지키는 경우도 있다. 텅빈 교무실에서 혼자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왠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때도 종종 있다.
어느 교감선생님의 말씀,(이 이야기도 물론 사석에서의 이야기다.) '교감이 좋은 것은 딱 한가지 있긴 있습디다. 교감되어서 수업을 안하니까 학생들과 교실에서 씨름하는 일은 별로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방학때 근무하는 것은 나름대로 어렵더군요. 방학때가 되면 학교에 출근해서 점심을 매일같이 배달시켜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 저 혼자뿐입니까? 가끔씩 학교에 출근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면 교감인 제가 대접해야지, 어떻게 교감이 선생님들 한테 밥을 얻어 먹겠습니까?' '그렇군요. 저는 교감선생님들은 아주 부자인줄 알았습니다. 학교가면 항상 밥 사주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가끔씩 교감선생님의 의도를 꺽으면서까지 점심대접을 종종 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미안해 하시곤 한다. 어느 한 두분이 아니다. 여러 교감선생님을 모셨지만 항상 그랬었다. 아랫사람에게 밥값 계산하도록 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도 교감선생님들은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토요일인데도 교감선생님 자리는 비어있지 않았다.
교사들은 가끔씩 교감이 뭘 필요하냐고 푸념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교감이 없는 학교를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교사들에게도 불편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교사들이 해야 할일을 교감이 대신 해주는 경우가 어디 한 두번이겠는가. 솔직히 교감없는 학교는 상상하기조차 싫다. 교감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교감 중에는 교감자리를 교장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교감을 많이 보았다.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배울 것이 많은 교감선생님들도 많았다. 어떤 조직에든지 일부는 예외가 있다. 교감중 예외시켜야 할 일부가 있긴 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열심히 역할을 해내는 교감들이 더 많다.
날씨가 춥다. 방학을 계기로 학교에 날마다 출근하는 교장, 교감선생님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역시 조직을 이끈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