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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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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미리 쓰는 편지, 1학년 귀염둥이들에게

마량 앞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2학년이 될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하려는 듯, 겨울답지 않게 포근합니다. 사랑스러운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찾아온 마량 초등학교에서 만난 3월은 선생님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답니다. 그것은 어느 해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남이었기 때문입니다. 첫날 입학식 날부터 나는 진땀을 흘리며 권영이를 따라다니며 달래야 했고, 울면서 집으로 가겠다며 3시간 이상 징징거리며 우는 선영이 곁에서 천방지축 뛰고 싸우며 엉덩이에 뿔이 난 1학년 개구쟁이들을 의젓한 초등학생으로 자라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함께 모여만 있으면 서로 지지 않으려고 덤비다 주먹질하기, 여자 친구들 울리기, 화장실에 보내면 어디 가서 놀아버리던 영찬이와 민혁이, 늘 다치는 권영이, 성질이 급해서 소리 지르는 버릇으로 영민이와 우기기 잘 하던 승현이, 거울보기가 취미인 거울 공주 고은이는 조금만 야단쳐도 울어버려서 선생님을 힘들게 했었지요.
 
이제 돌이켜 생각하니, 우리 1학년 20명 친구들을 만나 힘들고 어려웠던 만큼 그 어느 해보다 보람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은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때이니 이 때 좋은 습관을 들여 주는 게 1학년 담임의 책임이지요. 친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일,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골고루 먹으며 버리지 않게 하는 일, 연필을 바르게 잡고 글씨를 쓰게 하는 일, 좋은 책을 읽는 독서 습관을 몸에 붙게 하는 일, 질서를 지키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자세를 배우는 일, 공부하는 자세와 숙제하는 태도를 기르는 일, 부모님과 어른들께 효도하고 존경하는 태도를 갖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처음 배우는 1학년 여러분들에게 선생님은 날마다 잔소리 대장이었습니다. 날마다 빠지지 않고 검사해 주는 숙제와 알림장 확인으로 점수를 주어서 선물을 주고 모둠장을 뽑아 칭찬해 주는 것, 급식실에서 밥을 다 먹은 친구에게는 점수를 주고 남긴 친구는 끝까지 다 먹을 수 있게 기다려 주며 선생님을 도와준 급식부장들의 수고 덕분에 우리 1학년은 편식하지 않는 착한 친구들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1학년의 자랑거리가 참 많습니다. 아침독서도 아주 잘 하고, 학예회 때 ‘강아지 똥’을 다 외워서 예쁜 한복을 입고 낭송했을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무거운 부채를 들고 부채춤을 배우느라 낑낑대면서도 순서 하나 까먹지 않고 부채춤을 공연하여 학부모님과 선생님들을 깜짝 놀라게 한 여자 어린이들, 까불대던 모습들이 차분해져서 발표도 잘 하고 의젓하여 1학년 수업 공개하는 날은 언니들처럼 점잖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얼마나 기특했는지 감동했답니다.

사랑스러운 1학년 친구들! 공부도 잘 하고 반장으로서 늘 모범을 보인 정세현, 권영이를 짝꿍삼아 잘 보살펴 주고 친구들 공부도 잘 가르쳐주던 서원빈, 재주가 많아서 늘 웃기던 김영찬, 심부름을 제일 잘 하는 박권영,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하는 윤민혁, 성질은 급하지만 남을 잘 돕는 의리의 사나이 우승현, 글씨를 잘 쓰고 씩씩한 이명범, 노래를 잘 하고 인사를 예쁘게 하는 최강, 조용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귀염둥이 이동우, 규칙을 잘 지키고 착실한 모범생 박해솔, 숙제를 잘 하고 발표를 잘 하는 황성현,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잘 웃는 윤선영, 일기를 잘 쓰고 글씨도 잘 쓰는 박나리, 웃는 얼굴로 착한 일을 잘 하여 친구가 많은 김미심,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생각을 잘 하는 김하늘, 이름처럼 곱게 살려고 노력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강고은, 반듯한 글씨와 오똑한 얼굴로 인기도 많은 김서경, 깜찍한 말솜씨와 그림 솜씨를 보여주는 재주 많은 잠꾸러기 박유림, 인사 잘 하고 바른 말씨를 쓰는 점잖은 김인서, 우리 반의 독서왕 누구에게나 친절한 정아영. 이렇게 다 부르고 보니 힘들었던 기억보다 귀엽고 순진해서 나를 웃게 만들었던 순간들이 더 아름답게 생각납니다.

지난 1년 동안 좀더 재미있게 즐겁게 가르치지 못하고 많이 껴안아주지 못해 참 미안합니다. 혹시나 다치고 사고가 날까봐 밖으로 나가서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했고, 글씨 모르는 친구에게 매달려 다른 공부를 더 많이 시켜 주지 못한 일들이 참 미안합니다. 특히,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 한 우리 권영이를 생각하면 나는 참 마음이 아프답니다. 권영이를 위해서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서랍니다.

사랑하는 1학년 귀염둥이 여러분! 미심이 아빠를 위해 저금통을 들고 오고 자기 용돈을 아껴서 몇 번씩이나 돕기 성금을 내던 아름다운 마음씨를 항상 품속에 안고 살기 바랍니다. 학급의 대표로서 모둠장이 되어 선생님을 도와 공부 도우미 역할을 하며 자기 공부보다 짝꿍과 모둠을 위해 봉사해 준 정세현, 서원빈, 우승현, 박해솔, 김하늘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2학년이 되어서도 친구를 돕고 배려하며 참아주던 그 마음을 간직하여 친구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좋은 습관은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없어지고 나쁜 습관은 배우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고 2학년이 되어서도, 더 나이를 먹더라도 1학년 때 했던 좋은 습관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여러분이 하고 싶은 꿈을 꼭 이루기 바랍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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