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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연수원의 추억 (17)

학교든 연수원이든 가는 곳마다 문제가 되는 것이 식당이다. 울산교육연수원도 예외는 아니다. 식당은 좁고 학생들은 많다. 그러니 많은 학생들이 대기를 해야 한다.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학교에서는 교실이나 운동장에 있다가 시간에 맞춰 식당에 가면 되지만 수련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생활실 별로 줄어 서서 대기해 있어야 한다. 그 때는 사감이 지도하게 된다.

4월 중순 경 수련 3일째 아침 식사시간에 한 여학생이 꿇어앉아 벌을 받고 있었다. 생활실 별로 차례를 기다려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한 학생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가 지겨웠던지 앞에 대기하고 있는 생활실의 반에 끼어들었는데, 담당연구사께서 일일이 확인하다 한 학생이 많아 끼어든 학생이 누구냐고 물어도 모두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니 담당연구사님께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일이 출석부로 한 학생, 한 학생을 체크해 끼어든 학생을 찾게 된 것이다.

점심시간, 저녁시간도 아니고 아침시간부터 이 학생이 담당연구사님을 화가 나게 만든 것이다. 담당연구사은 아침식사를 하면서 “담당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데도 거짓말을 저리 잘하니 보통 때는 오죽하겠느냐”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시는 걸 보았다.

한 주가 지난 금요일 아침식사 시간에 어느 연구사님께서 자기가 담당하는 생활실에서 출석을 부르는데 두 학생이 없어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한 학생은 오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한 학생은 어디 갔느냐고 하니까 모른다고 해서 연구사께서 출석란에 ‘모른다’고 적으니 학생들이 “우리들은 예사로이 거짓말을 하는데 그것을 사실인양 그대로 적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언젠가 거짓말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거짓말에는 검은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이 있는데 하얀 거짓말은 가벼운 것으로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아 예사로이 한다는 것이다. 전혀 근거 없는 말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여 남을 속이고 자기에게 유익을 가져오게 하는 새까만 거짓말이든, 근거 없는 말을 하여 자기는 쾌감을 느끼고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는 까만 거짓말이든, 본인은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예사로이 하는 하얀 거짓말이든 간에 모두가 거짓말인 것이다.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기 곤란할 때 ‘없다고 해라’고 하는 둥 오늘 친구랑 등산가기로 되어 있는데 가기 싫어 ‘몸이 아프다’라고 하는 둥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이 예사로이 자주 하게 되어 죄 의식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오고 있다. 거짓 없는 밝은 사회를 이룩하려면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겨야 하리라. 남 말고 나부터, 새까만 거짓말, 까만 거짓말, 하얀 거짓말까지 하지 않는 습관을 길러야 하리라.

식당 앞에서 벌을 받은 학생도 자기는 예사로이 거짓말을 하면서 아마 그것에 대한 죄 의식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얀 거짓말이기에 말이다. 그러기에 벌을 받아도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켰는지 모른다. 생활실에서 한 학생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예사로이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선생님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하니, 얼마나 비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거짓 없는 밝은 세상! 이런 세상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 되면 아무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만다. 마음을 터놓고 살 수가 없다. 이런 세상이 되면 안 된다. 거짓보다 정직이 이 세상에 가득차야 한다. 거짓이 가득한 까만 세상보다 정직이 가득한 하얀 세상 만들어가야 한다. 그게 우리의 의무다. 그게 우리의 몫이다. 그게 우리가 품는 소망이다.

거짓 없는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 아닌가? 그런 세상 만드는데 나 자신부터 동참해야 한다. 나를 포함하여 거짓말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나마는 거짓을 자랑스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 거짓을 예사로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서도 안 된다. 거짓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거짓을 부끄러워 할 줄 알면 까만 거짓말이든 하얀 거짓말이든 하지 않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될 때 우리들의 세상은 하얀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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