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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개학날의 상반된 풍경

오늘, 나란히 이웃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사이도 좋게 한날한시에 개학을 했더군요.

그런데 두 학교의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온몸을 있는 대로 웅크리고 걷거나,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걷는 학생, 아니면 왼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한 손으로만 핸들을 잡은 채 불만 섞인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학생들은 틀림없이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반면 생기 있는 표정으로 친구들과 조잘조잘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며 등교하는 아이들은 거의가 중학생들이었습니다.

이런 미묘한 표정의 차이로 보아 중학교까지는 그런대로 다닐만한 곳이란 추측이 들었습니다. 어떤 중학생들은 오히려 집에 있는 기간이 더 심심했었다는 생각이 표정에 나타나 보였습니다.

고등학생만 돼도 아이들은 학교가 지긋지긋해집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끊임없는 학교 시험, 밤늦은 시간까지 강행되는 수업과 야간자율학습, 거기에다 열 네 과목이나 되는 과중한 수업 분량, 아이들을 무섭게 다그치는 선생님, 아침마다 실시되는 대청소 등등.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학날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가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방학이라면 아직도 따스한 이불을 덮고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에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등교를 해야하니 그 고충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그런 아이들이 참으로 안쓰럽지만 학생들 앞에서는 내색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더 빨리 허물어지기 때문이죠. 화려한 부활을 위해 칠 년 동안 어두운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는 매미처럼, 우리 학생들도 그렇게 시련의 시간을 견디다보면 머지않아 매미처럼 화려하게 비상할 날이 오리라 봅니다. 그때쯤이면 우리 교사들의 간절한 꿈(?)도 이루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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