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부는 평소에 스스로 꾸준히 해야 한다. 벼락치기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으나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벼락치기 공부는 하지 않아야 한다. 꾸준히 노력할 때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교사라면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이다. 어차피 일시적인 효과만으로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스스로 공부하여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만들어야 수능시험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인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승진규정 개정하면서 지금까지 승진을 위한 연구활동등을 전혀 하지 않은 교사도 일시에 승진대열에 들어서도록 했으니 말이다. 연구점수 하나없이 근무했던 교사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벼락치기로 연구점수따기 위해 1-2년만 노력하면 연구점수 만점을 획득하게 해 놓았다. 학생들에게는 절대로 벼락치기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교사들에게는 벼락치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내놓고도 교육부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제는 경쟁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만큼 교사들도 이제는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 중심의 승진구조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
경쟁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또 무슨 이야기인가. 경쟁하지 않고 승진하지 못하는 교사는 교사취급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일단 개정해놓고 교사들이 반발하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겠다는 것인가. 세상에서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던데, 교육부는 교직사회에 불질러 놓고, 교사들끼리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모두 지켜보며 즐기겠다는 것인가. 교육부에서는 연공서열을 깨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교직사회의 모든 분야도 다 연공서열을 깨야 한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보면 전문직에 대한 성토가 대단하다. 전문직에 특혜를 엄청나게 주면서 교사들만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과 교사들과는 애당초 경쟁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교사가 교감되는 것과 전문직이 교감되는 것은 게임이 안된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교사들의 의견이 많다.
여기서 더 기막힌 것은 '혁신'이다. 교원승진규정개정안 마련한 곳도 '혁신추진팀'이다. 뭔가 확 바꿔 놓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단기간에 혁신을 하려니 졸속 혁신이 나온 것이다. 또 한가지, 교육부에 근무하는 일반직들도 10년동안 근무성적 따져서 승진하는가. 그들도 근평 잘 받으려고 그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는지 궁금하다. 왜 교사들에게만 경쟁을 강요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경쟁을 시켜서 승진하도록 해야 교육이 제대로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고싶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교사들의 기득권을 한꺼번에 빼앗아 버리는 교육부의 행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근평 잘받기위해 10년동안 죽어서 살수 밖에 없는 교사가 과연 능력있는 교사인가. 자신의 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근평잘받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과연 능력있는 교사란 이야기인가. 무조건 조용히 말없이 행동하는 교사가 능력있는 교사라는 이야기는 정말로 처음듣는 이야기다. 모든 교사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개정되는 교육공무원승진규정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보편,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뜻을 지금이라도 받아들이는 교육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