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의 홍보 포스터>
리포터는 어제서야 '타짜'란 영화를 인터넷 영화관을 통해 처음으로 보았는데, 소문대로 비주얼한 색채와 화려한 의상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인 이현세 님의 '타짜'란 만화를 먼저 접했었기 때문에 줄거리의 이해는 빨랐지만 대신 흥미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더군요. 만화를 미리 보지 않은 관객들은 영화 초반의 긴박감 넘치는 전개 때문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져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것은 아마도 스토리 전개를 도박으로 한정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에피소드가 빠져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듯 최동훈 감독은 중간에 김혜수의 전라연기를 등장시켰지만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주인공의 캐스팅에도 아쉬움은 있어 보였습니다. 도박으로 산전수전을 겪어 가며 진정한 타짜로 성장해 가는 고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소화해 내기에 조승우 씨는 너무 연약한 미남자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평경장 역의 백윤식의 카리스마 연기가 영화를 살리고 있었습니다.
도박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볼 때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중 몇 마디는 살아가면서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는 게 예술이다."
"사랑도 도박처럼 결국 사기다."
"도박판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열 시간 동안 생각하느니 한 시간 동안 배우는 게 낫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어떻게든 상대를 속이고 돈을 따야 하는 도박판의 생리와, 현재 무한경쟁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이 오버랩 되는 어록들이었습니다.
어쨌든 영화 '타짜'는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사에 도박이란 새로운 소재를 차용했다는 측면에서 특기할 만한 영화임이 분명했습니다. 인간 말종들만 모이는 도박판에서조차 최소한의 양심과 사랑을 지키려는 고니의 노력은 매사 나약해지고 쉽게 좌절하는 우리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고, 또한 도박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따끔한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마른안주에 맥주를 준비해서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을 골라 꼭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