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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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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정든 학교를 떠나면서...

선생님, 오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화창한 봄날 같습니다. 벌써 봄을 맞이한 듯 마음은 앞서 갑니다. 길게만 느껴진 겨울은 지나간 듯합니다. 올 봄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밖에 없는 봄이기에 귀한 손님맞이하듯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울산여고를 4년 만에 떠나게 되었는데 교장 승진 소식을 종업식이 끝나고 나서 듣게 되어 선생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4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기쁨도 함께 나누고 슬픔도 함께 나누며 형제자매처럼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 너무나 저에게는 좋습니다. 큰 추억거리입니다. 큰 자랑거리입니다. 그 동안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베푸신 따뜻한 정은 평생을 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함께 근무하면서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선생님이 혹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합니다. 넓으신 아량으로 다 용서하시고 나쁜 것은 다 잊어버리시고 좋은 것만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지 않은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좋은 것만 늘 기억했으면 합니다.

어제는 울산광역시교육청 대회의실에서 초․중등 교장 승진 및 중임, 전보하시는 교장선생님에게 임명장 전달식과 교감 승진과 전보하시는 선생님, 전직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 중등교장 승진으로 말미암아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명장을 전달받았습니다. 임명장 내용을 보니 거창했습니다. “임명장 교감 문곤섭 중등 학교장에 임함 (임용기간 ” 2007.3.1~2011.2.28) 울산광역시 교육감이 지정하는 학교 근무를 명함 2007년 3월 1일 대통령 노무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B4용지 크기의 박스에 아주 질이 좋은 용지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집에 와서 보고 또 보았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감격스러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지난 30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기도 했습니다. 여러 선생님 대신 자신이 이 임명장을 받지 않았나 싶어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수고는 선생님께서 하셨는데 영광은 저가 받는다 싶어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임용장을 받았는데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임용장 교장 문곤섭 농소중학교 근무를 명함 2007년 3월 1일 울산광역시교육감”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농소중학교에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임명장 전달식과 임용장 수여식을 끝내고서는 부교육감님께서 인사말씀이 계셨습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에 발령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는 말씀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를 농소중에 보내 주신 것도 저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서 최선을 다해 보려고 다짐, 다짐해 봅니다.

임명장과 임용장을 받고서 저를 포함하여 5명의 새내기 교장들과 함께 소속된 강북교육청을 찾아가서 장학사님들과 중등과장, 초등과장, 교육장을 일일이 찾아뵈어 인사를 드렸습니다. 교육장님은 6,7년 전 울산광역시 중등교육과에서 장학관으로 모셨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교육장님께서 참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이제 교장선생님께서는 오를 때로 다 올랐기 때문에 자꾸만 높이 쳐다보지 말고 아래로 내려다보라. 선생님들을 보살피고 학생들을 보살피고 학교를 보살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특히 가슴에 와 닿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햇병아리 교장으로 조심이 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과연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여러 가지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은 더욱 겸손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더욱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또 끓지 않고 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더욱 진실 되고 참되고 바르고 정직하게 행하려고 다짐합니다.

자신의 부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고 합니다. 자신의 모난 부분을 잘 다듬어 나가려고 합니다. 자신의 약점인 언행의 경솔함도 고쳐나가려고 합니다. 늘 지나고 나면 잘했다고 하기보다는 부족하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제 저의 한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만족할 만큼 신중을 기하려고 합니다.

그 동안 울산여고에서 함께 근무하셨던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며 인사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대신 지면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신학기에는 더욱 전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좋은 소식 듣기를 원합니다.

울산여고가 더욱 발전하기를 원합니다. 저의 학교를 지나가는 걸음이 있으시면 꼭 오셔서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나누며 과거의 정을 나누어 보기를 원합니다. 모든 선생님들의 가정에 행복이 늘 깃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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