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 학교 첫 출근이라 긴장된 탓인지 새벽 두 시 반에 잠이 깬 후 그 후로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조금 늦게 출근하나 어쩌나 망설이다 평소 때와 같이 아침 6시 45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첫 출근길이라 길도 낯설어 운전하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린애처럼 마냥 마음은 들떠 있었고 기분을 좋았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아침인사를 몇 가지 머릿속에 정리한 것 말하나 아니면 메모한 것 읽어드리나 하다가 결국 메모한 것을 읽는 것으로 부임인사를 대신했습니다. 메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농소중 교장으로 부임하여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을 한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며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임하는 첫날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니 젊은 시절 연인을 만나는 듯 가슴이 벅차고 설레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오늘 아침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범서 구영에서 농소중학교까지 18km의 거리를 차를 타고 오면서 ‘선생님들이 학교생활에 만족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해 드려야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도와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장실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젊은 선생님으로부터는 풍성한 지식과 뜨거운 열정을 배우고 싶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선생님으로부터는 아름다운 지혜와 풍부한 경륜을 배우고 싶습니다. 늘 선생님들에게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선생님들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저의 교육철학의 밑바탕은 한 마디로 사랑입니다. 함께 소속된 선생님을 내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는 마음, 학생들을 내 자식, 내 형제자매처럼 사랑하는 마음, 학교를 나의 집처럼 애착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되면 교육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저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생님들의 인화단결입니다. 학교교육이 잘 되려면 먼저 교직원간의 인화단결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째도 인화단결, 둘째도 인화단결, 셋째도 인화단결입니다. 저는 이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무실에는 인자하시고 후덕하신 교감선생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정실에는 믿음직스럽고 덕스러운 행정실장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학교생활이 재미가 있게 됩니다. 그래야 학교가 오고 싶고, 오래 머무르고 싶어집니다.
여러 선생님께서는 조금도 저를 의식하지 마시고 소신껏 자기의 맡은 일을 잘 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지 자진함이 좋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맡은 일은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 남의 눈치를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피곤해서 근무를 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학생들에게 유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나 학생을 중심에 두고 자기의 맡은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고 생활지도, 청소지도, 급식지도 등에도 전 선생님이 함께 참여하는 동행교육이 좋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근무하는 동안 행복한 생활을 합시다. 신바람 나는 학교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면 불편해서 못 삽니다. 선생님들이 교장이 어떻게 하나 한 번 두고 보자 하는 식으로 뒷짐 지고 구경만 하는 방관자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이 교장이 하고자 하는 일이 학생들을 위한 일이고 학교를 위한 일이고 학교발전을 위한 일이면 나와 생각이 달라도 적극 협력하는 협력자가 되고자 하는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우리 모두는 농소중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교장에 대한 심판자, 비판자가 되기보다는 나에게 맡겨진 일에 대한 준행자, 이행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회의하는 수고보다 옥동자를 낳기 위해 해산하는 수고가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생산적이 됩니다.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말은 적게 하고 행동은 많이 해야 합니다. 말은 적게 하고 생각은 많이 해야 합니다. 남이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우리 모두는 학생들 때문에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학생들과 동행하는 시간이 많도록 애를 써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참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2007학년도 신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고 1%라도 변화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조금씩 나 자신이 먼저 변화가 일어나면 학교는 엄청난 발전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끝까지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부임인사에 가름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