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가져가세요. 맛있고 영양 많은 강원도 감자요" 14일 오후 2시. 서울 고덕동 동서울아파트. 10㎏들이 감자상자를 가득 실은 트럭 앞으로 주부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손수레를 끌고 아이까지 데려온 주부, 할머니들로 6동 앞 공터가 금새 장사진을 이뤘다. 오늘은 서울 명덕초등교(교장 전병구)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 최규봉)가 '감자 직거래 바자'를 갖는 날. 1주일 전에 감자를 신청한 학부모들이 한 상자씩 감자를 안아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씨 굵은 감자를 집 앞에서 단돈 만 원에 살 수 있는데다 산지 직거래 방식이라 농촌 살리기에도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감자를 사서 얻어지는 수익금이 모두 학교 발전기금으로 쓰이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 다섯 상자를 샀다는 학부모 안정배(48)氏는 "수익금으로 과학교실을 만든다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기분좋다"고 말했다. 명덕초 학운위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하기보다 모두가 참여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모금방식이 없을까 궁리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농산물 산지 직거래. 농민들은 제 값을 받고, 학부모는 싼 값에 질 좋은 농산물을 사고, 이익금은 발전기금으로 학생들을 위해 쓰이게 돼 그야말로 '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학운위는 강릉농협과 연결, 감자 한 상자를 만 원이라는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 '감자 직거래 바자'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좋았다. 이날 바자는 동서울아파트 외에도 강동·안암아파트에서 열렸는데 판매량이 6백여 상자에 달해 2백50만원의 발전기금이 조성됐다. 학운위는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올 가을에도 농산물 직거래 바자로 발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최규봉 위원장은 "일부 학부모들에 의한 모금보다는 직거래 바자가 훨씬 효과적이었다"며 "의견수렴을 거쳐 농사물 직거래 바자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趙成哲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