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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26년 만의 중학교 교실수업

오늘 하루는 즐거운 날입니다. 지금 저는 오랜만에 교장실 창 너머 속삭이는 햇살만큼 유쾌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1교시 2학년 5반 수업을 한 시간 자진해서 했기 때문입니다. 담당선생님께서 우리학교 태권도 선수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석 중이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함께 동참하는 뜻에서 한 시간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에게 학급마다 한 시간씩 들어갈 테니까 비는 시간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중학교 교실에는 26년 만입니다. 교실에 들어가니 많이 달라졌습니다. 옛날 교실이 비좁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학급당 학생수가 많이 줄어 훨씬 부담이 적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개학식 하는 날 운동장에서 한 말이 기억나는 것 있으면 무엇이든지 좋으니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반 정도 학생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 중 한 학생에게 물으니 꿈을 가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 물었습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 이름을 아느냐고 손을 들게 했더니 모두가 교장인 줄도 알았고 이름을 놀랍게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한 반에 몇 명쯤 알까 생각했었는데 모두 알고 있다니 놀랄 만한 일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물었습니다. 학교 교훈을 아는 사람 손을 들으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한 명만 손을 들었습니다. 한 명만 정확하게 알았습니다. 학교 교훈이 그냥 형식적으로 있는 것이지 학생들과는 별개였습니다. 그래도 반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전교생이 그러할 것 같았습니다. 아하, 교훈이나 학교교육목표 등을 알리고 가르치는 것은 제 몫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한 시간 동안 교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사랑, 정직, 성실’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첫 시간 개학하는 날 학생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만 모두가 예사로 듣고 있었습니다.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러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모든 게 이런 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집에 가면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라고 했습니다. 집에 가면 부모님을 사랑하고 자기 집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학교에 오면 선생님을 사랑하고, 행정직원을 사랑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제공하는 분들을 사랑하고, 친구들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사랑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모를 기쁘게 하는 것이 바로 부모님 말씀대로 잘 따르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 아니냐? 그와 같이 학교에 오면 선생님을 기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되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순종 잘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하면 기뻐할 것 아니겠느냐?

또 학교를 사랑해야 할 것 아니냐? 자기 집 사랑하듯이, 자기 방 사랑하듯이 깨끗하게 하고 꾸며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청소도 잘하던데 버리기도 잘하더라.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이 함부로 버리겠나? 또 휴지가 보이면 어떻게 하나?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릴 것 아니냐?

또 내가 와서 보니 구석진 벽이나 화장실 벽에 온갖 더러운 욕설이나, 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더라. 그게 학교 사랑하는 것이냐? 깨끗하게 지워놓았는데 이제 더러운 낙서, 이상한 그림을 그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 학생들은 말귀를 알아들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교실도 깨끗하게 할 것 같았습니다.

시간만 나면 교실마다 직접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사람됨교육 즉 인성교육을 해야겠구나, 전체모임은 효과가 없구나,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학생들은 사랑, 정직, 성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학생들마다 정확하게 뜻매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자기의 것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면 열심히 공부하고 보지 않으면 열심히 하지 않고 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보면 열심히 청소하고 없으면 하지 않고, 선생님이 계시면 자율학습 잘하고 계시지 않으면 놀고. 이렇게 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실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뜻매김을 해주었습니다. 열심히 하되 ‘한결같음’ ‘처음과 끝이 변함없음’이라고 해주었습니다. 태양이 언제나 동에서 서로 지는 것처럼 한결같아야 한다, 변함이 없어야 한다. 구름이 끼어도, 비가와도 그렇게 하지 않느냐? 어떤 때는 열심히 공부하다가 힘들고 하면 그만 하지 않고, 열심히 청소하다가 어떤 때는 하지 않고...이런 사람은 성실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사람됨’과 ‘실력’의 두 날개를 달고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자고 했습니다.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날지 못하고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이 자신도 망하고 남도 망친다고 했습니다. ‘사람됨’교육을 오늘 내가 시켰는데 실력교육은 여러 전공 선생님으로부터 잘 배워야 한다. 기초와 기본을 잘 닦아야 나중에 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을 마치고 나니 마음에 흡족함이 있었습니다. 조금 힘이 들었지만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더욱 선생님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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