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랫동안 교단에 서 왔던 사람으로서 어린이들이 순진무구하고 순수하다는 터무니없이 만들어진 빛의 한쪽만 보는 아동관에 전혀 동의 할 수 없다. 빛은 언제나 어둠을 동반한다.
몇 해 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실 어항에 예쁜 열대어와 금붕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실못과 연만들기하고 남은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금붕어를 쏘아 모두 죽여 놓았던 걸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었다. 성격이 이상한 한 아이가 그랬던 게 아니라 개구쟁이 몇몇이 재미삼아 사냥놀이를 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왜 그랬냐고 했더니 그냥 작살 놀이를 좀 해봤다고 너무도 순순하게 말을 했다.
오늘은 교실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종이를 던졌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심심해서 학습장을 쓰다가 틀려서 공책을 찢어서 공쳐럼 동그랗게 뭉쳤는데 뭉치고 보니 던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다른 분단 친구를 겨냥해서 던졌다. 그러자 맞은 아이가 벌떡 일어나 교실이 떠나가라고 큰소리로 상스러운 욕을 했다. 그러자 먼저 종이 공을 던진 아이도 벌떡 일어나서 달려들더니 순식간에 엉겨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그냥 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악에 받쳐서 발로 밟고 차고 손으로 후벼파고 사내놈들이라 교사 혼자의 힘으로 떼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떼어 놓을 수 있었다.
이게 필자의 교실에서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러한 분쟁들은 교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어떤 아이는 크게 화낼 일이 아닌데도 욕하거나 때리며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도 있고, 싸움이 잦고 폭력적인 아이도 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성 속에 숨어 있는 공격성과 악이 환경적 영향 탓인지 타고난 인성적 영향 탓인지 심하게 나타나는 아이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학교 교실은 어른들이 모르는 또 다른 형태의 사회이다. 30여명의 아이들은 협소한 20평의 공간에서 아침 여덟시에서부터 오후 3시까지 7,8시간의 시간을 보낸다. 또래 집단과 어른인 교사의 형태로 이루어진 이 교실환경은 나름대로 규율과 규칙이 있는 반면 무질서와 불법이 있으며 완력과 폭력이 있는 반면 배려와 사랑이 있고 비겁과 협잡이 있는 반면 정의와 타협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아이들은 무조건 순수하다는 출발점에서 아동 교육을 시작하다 보면 아이들을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아이들은 공격성이라든가 잔학성과 전혀 관계없는 순수하고 착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예쁘고 사랑스런 마음과 동시에 공격적이고 잔학한 공격성이 있다. 그래서 파리를 잡아 다리를 하나씩 뜯어 죽이거나 개미를 잡아 죽이고 친구를 괴롭히며 왕따를 시키거나 돈을 빼앗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 교육의 출발점은 아이들은 순수하다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은 모든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아들이는 흡수력이 높은 상태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잘못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분명한 꾸중과 징계로 바로 잡아야 하며 아이들의 바르지 못한 행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서 아이들이 자기 길을 삐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갈 수 있도록 관대한 마음으로 용서와 사랑을 하되 꾸중과 징계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