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목)

  • 맑음동두천 -2.3℃
  • 맑음강릉 1.4℃
  • 서울 -1.0℃
  • 구름많음대전 0.1℃
  • 맑음대구 2.6℃
  • 맑음울산 4.8℃
  • 광주 3.9℃
  • 맑음부산 5.1℃
  • 흐림고창 3.2℃
  • 제주 8.9℃
  • 구름많음강화 -2.4℃
  • 흐림보은 0.6℃
  • 구름많음금산 2.4℃
  • 구름많음강진군 6.1℃
  • 맑음경주시 4.6℃
  • 구름조금거제 5.2℃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학교는 유람선이 아니고 전투함입니다

오늘은 봄비가 오려고 하는지 날씨가 흐립니다. 하지만 출근길은 참 좋았습니다. 북부순환도로 양쪽에 심겨진 개나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니 개나리가 때를 놓칠세라 모두가 노란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이 길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는데 저와 같이 개나리 때문에 기쁨이 더해지리라 생각됩니다. 개나리처럼 남에게 기쁨을 주고 유익을 주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어제는 월요일인데도 너무 바빴습니다. 오전부터 출장이었습니다. 교장 장학협의회에 참석차 울산에서 가장 전통이 있고 가장 큰 학교에 갔습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께서는 연수원과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하신 분이라 조금 일찍 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역시 여 교장선생님이라 그런지 오시는 분들을 위해 센스 있게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센스가 있어 그런지 준비 하나하나가 감각이 있어 보였습니다.

오시는 분들의 실내화를 현관에다 학교별 이름과 교장 이름을 적어놓고 거기에 실내화를 얹어놓았습니다. 교장실에 들어가니 교장실이 일반 가정집 같이 아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파 앞에 2007학년도 강북중학교 교장 장학협의회 ‘환영, 교장선생님! 따뜻한 봄날 아침,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수업이 없으신 선생님과 행정직원들의 따뜻한 인사는 봄날만큼이나 따뜻함과 다정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사소한 것까지 세밀한 관심을 갖고 환영하는 학교가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까마득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차례가 되면 최선을 다해 오시는 분들을 맞으려 합니다. 무딜 대로 무딘 저도 현대감각에 맞는 손님맞이를 할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어제 월요일이라 부장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학교는 유람선이 아니고 전투함이라고 했습니다. 유람선은 아시다시피 선원만 일을 하고 나머지는 구경하는 관광객 아닙니까? 선원들은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합니다. 관광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마음이 뒤틀리지 않게 아주 저자세로 최선을 다합니다.

유람선을 탄 손님들은 온갖 서비스를 요구합니다. 이리 해 달라 저리 해 달라, 이것 필요하다 저것 필요하다, 이것 불편하다 저것 불편하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등 그야말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평합니다. 그리고는 유람선에서 즐깁니다. 노래합니다. 구경합니다. 대화를 나눕니다. 기뻐합니다. 행복해 합니다. 선원만 죽으라고 일을 합니다.

하지만 전투함은 다릅니다. 전투함에 승선한 사람들은 한 사람도 노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사람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사람도 자기가 맡은 사명이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기의 맡겨진 일이 크든 작든 다 있습니다. 거기에 승선한 사람들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무엇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무엇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한 사람도 게으르지 않습니다. 한 사람도 구경꾼이 없습니다. 한 사람도 적당히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학교도 전투함과 같아야 합니다. 교장, 교감, 부장만 맡은 일에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하고 구경만 하고 불평만 하고 비판만 하고 자기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만 해서는 안 됩니다. 함께 자기의 맡은 일을 스스로 열심히 찾아 해야 합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도 자기의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요구만 하면 안 됩니다. 휴지 하나 버리지 않는 것까지, 휴지가 눈에 보이면 줍는 것까지, 수도꼭지를 꼭 잠그는 것까지 사소한 것까지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등하교 할 때 통학로를 이용하는 것과 버스를 탈 때 줄을 서는 것과 선생님을 만나면 하루에 열 번이고 다섯 번이고 인사하는 것까지 잘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게 자기의 일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농소중학교라는 전투함을 타고 있습니다. 한 사람도 자기의 할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한 사람도 구경만 해서도 안 됩니다. 한 사람도 적당히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의 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학교다운 학교가 됩니다. 그래야 주민이 바라는 학교가 됩니다. 그래야 학생이 학생다워집니다. 그래야 선생님이 선생님다워집니다. 그래야 모든 교직원이 교직원다워집니다.

학교는 유람선이 아니고 전투함입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