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협 내용을 하나하나 보노라니 학교장으로서 자존심이 팍팍 상함은 물론 학교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고...교육 의욕은 꺾이고...가졌던 교육 열정은 찬물을 맞은 듯 하고...이를 그대로 이행하자니 스트레스는 쌓이고 나아가 교육황폐화 가속화에 일조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고...
시도교육감과 노조 대표들이 맺은 단협, 이것을 보는 학교장의 시선은? 대개 세 부류로 나누어 진다고 본다. 교장이 맺은 것도 아닌데 당사자도 아닌 교장은 지킬 필요가 없다. 교육감이 대신 맺었으니 교장은 반드시 이행해야 해. 우리 학교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 아닌가.
2박 3일간 학교관리자 노사관계 기본과정을 받고 나니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다. 세 부류 모두 정답은 아닌 듯 하다. 교원노조법 관련조항을 보니 '교섭 및 체결권한 등' '단체협약의 효력' 등이 나온다. 체결된 단협의 내용이더라도 법령, 조례 및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한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그 효력을 가지지 아니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교육감과 노조 대표들이 몇 달동안 밀고 당기고 하여 내 놓은 단협에는 효력이 없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양보와 타협, 이해와 설득이 아니되어 지친 가운데 억지로 맺어진 것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조의 강력한 주장이 반영되고 교육청의 후퇴로 받아 들여진 것도 있는 것이다. 교육감은 단협의 효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수용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학교장으로서 단협내용에 대해 스트레스 팍팍 쌓여가며 의욕과 열정이 꺾일 필요도 없다고 본다. 교육 황폐화에 일조를 한다고 죄책감에 사로잡히면 교장만 괴로운 것이 아닐까. 이행을 아니한다고 조합원이 따지고 들면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한 답도 노조법에 나와 있다. "교육감은 단협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아니하는 내용에 대하여는 그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감이 성실히 노력하라는 것이지 학교장이 성실히 노력하고 이행하라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조합원은 학교장에게 그 이행을 요구하거나 항의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단협이행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는 순박한 교장선생님들. 시간을 내어 찬찬히 관련법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각 조항에 담긴 뜻도 새겨보았으면 한다. 단협내용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더 좋은 것은 교육 노사관계의 새로운 마인드 정립과 학교 경영 갈등 관리를 위해 전문가로부터 체계적인 연수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