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3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습니다. 나이만큼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 실감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 20대는 20km만큼 서서히 지나갈 것이고 30대는 30km만큼 서서히 지나갈 것이며 40대는 40km만큼 좀 빠르게 지나갈 것이며 50대는 50km만큼 빨리 지나갈 것입니다. 저는 50km만큼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60, 70대는 점점 60,70km만큼 더 빨리 지나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선생님들에게는 아마 3월만큼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아마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3월이 제발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을 것입니다. 너무나 바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신을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점심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쁩니다.
어떤 선생님은 너무 힘들어 입안이 다 헐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감선생님을 위시하여 감기는 기본입니다. 그 정도로 힘이 듭니다. 교재준비하랴, 학생지도하랴, 환경미화하랴, 학습자료 만들랴, 교통지도하랴, 식당 질서지도하랴, 청소지도하랴, 학생들 이름 외우랴, 자기가 맡은 계획을 수립하랴, 정말로 정신없이 돌아갔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교장이 새로 와서 심적으로 더 부담이 되고 힘이 들었을 것입니다.
행정실 직원들은 행정실 직원대로 바쁩니다. 평소에 하는 것만 해도 바쁜데 교장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데다 정신적인 자세를 가다듬게 하지요, 그래서 새 스타일에 맞춘다고 애를 먹었을 것입니다.
특히 마당발 노릇을 단단히 하시는 김 주사님께서는 더욱 바쁩니다. 낙서 지우라, 그림 지우라, 화장실 수리해라, 쓰레기 버리라 등등 온갖 궂은일을 다 시키니 아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으시고 하나 하라 하면 둘, 셋을 하시는 김 주사님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번 주 안에 하라고 하면 오늘 당장 하시는 김 주사님이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특히 교문 앞에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마저 우리학교 쓰레기봉투에 담아 우리 창고에 넣도록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그래도 말없이 열심히 해 주시는 김 주사님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또 숙직을 하시는 류 주사님도 오늘 아침에는 상당히 얼굴이 밝으셨습니다. 저가 어느 누구보다 일찍 오니 얼마나 신경이 많이 쓰였겠습니까? 밤에 외부 차량이 들어와서 학교기물을 파손하니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 퇴근하고 나면 교문을 잠궈라, 아침에는 출근하고 등교하기 좋도록 문을 다 열어라, 새벽 3시 반이면 동네 쓰레기차가 오니 쓰레기 문을 열도록 하라, 동네 주민들이 학교에 와서 밤늦게까지 운동을 하니 자주 둘러보고, 휴지도 줍고 문제아들을 잘 타이르라고 하고... 전에 하지 않던 일을 하게 하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그렇지만 역시 두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한 달이 지난 지금에는 학교가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정리정돈이 되어갔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류 주사님께서 학교 안팎이 깨끗해졌다고 하니 자기도 웃으시면서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주민들이 운동하러 와서 이제 학교가 질서가 좀 잡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모든 교직원들이 저 때문에 힘들어하고 마음고생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3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랐을 것입니다. 어제 1학년 부장선생님께 퇴근 무렵 결재를 오셨습니다. 학교생활이 재미가 있는지 어떤지 물었습니다. 1학년 부장선생님께서는 저가 무섭다고 하시더군요. 전혀 저의 바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초기니까 그렇지 그러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는 저를 칼이라는 표현을 쓰시더군요. 그렇게 날카롭게 느껴지는지 역시 저가 원하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이제 저의 참모습을 선생님들에게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저도 역시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저도 역시 무딥니다. 저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더욱 인자하게 다가가기를 원합니다. 그 마음이 저의 본래 마음입니다.
이제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다가옵니다. 3월 한 달 동안 애써 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너무 좋습니다. 저의 방침에 잘 따라주심이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저의 스타일도 알았을 것입니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알았을 것입니다. 무엇을 해주고 싶어 하는지도 알았을 것입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땀과 수고가 녹아내려 잔잔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사랑과 열정이 학생들을 서서히 움직이게 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3월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볼 수 있었던 붉은 동백꽃과 연산홍의 붉은 꽃이 3월을 견디고 잘 이겨낸 여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육은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