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놀토가 아니지만 기분이 참 좋습니다. 보통 때보다 차량도 절반 가량 줄어 출근하기가 쉬운데다 하늘은 너무 맑고 푸르러 함께 푸른 웃음을 머금게 됩니다. 이런 날을 고대하기 위해 봄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이런 날을 맞기 위해 황사도 참았는지 모릅니다. 이런 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꽃샘추위도 참았는지 모릅니다.
연하게 푸른 하늘이 꼭 새순 같이 연하고 푸릅니다. 실오라기처럼 보이는 구름도 연하게 동화되어 있습니다. 우리학교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대산도 푸른 기운을 안고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토요일입니다. 정말 푸른 토요일입니다.
오늘 출근길에 눈에 뜨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푸른 잎이 파란 하늘을 향해 이고 있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그 뒤에는 개나리꽃이 반 이상 떨어지고 푸른 새순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에는 절정을 이루며 만개한 하얀 벚꽃이 화려한 노래를 부르며 기쁨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벚꽃이 맨 앞에서 모양을 내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때를 아는지 푸르름에 앞자리를 양보하고 뒤에서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개나리는 역시 시대에 부응할 줄 아는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노란 꽃잎을 더 이상 자랑하지 않고 함께 동화되어 가는 보면서 개나리꽃의 부응의 미덕과 벚꽃의 양보의 미덕을 함께 배우게 됩니다. 우리도 벚꽃과 개나리꽃처럼 자리를 양보하고 옛것에 고집하지 않고 시대에 부응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대와 형편에 맞게 협동하고 협조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습니다. 이제 청명도 지나고 한식도 지났으니 꽃은 푸른 잎에 양보하여 더 이상 앞서 폼내지 않고 개나리처럼 반 이상 푸르름에 동화되고 앞에서 여러 가로수들이 푸른 잎을 선보이고 있으니 조화를 이루게 됨을 봅니다. 이는 협조하기 때문에 이런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 교육은 협력이라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며칠 전 학생부장 선생님으로부터 한 학생이 학교두발규정에 맞게 머리를 깎지 않고 자기 맘대로 머리를 기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학생들은 지도를 하면 잘 따르고 머리를 깎기도 하는데 이 학생만은 유독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장발이 되도록 머리를 기르겠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담임 말씀도 듣지 않고 학생부장 선생님의 말씀도 듣지 않으니 저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고 의논을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난감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다른 학생들의 두발지도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강제를 머리를 깎게 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고 진퇴양난이었습니다. 그래서 학부형이 학교에 오신다고 하니 교감선생님께 먼저 말씀을 들려 설득하게 하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학부형과 학생을 저에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교감선생님께 그 학생과 학부형님이 오시면 잘 설득해서 머리를 깎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그 다음 날 교감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지도과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학부모님과 학생에게 이렇게 설득을 했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법이 있지 않느냐, 대한민국에는 대한민국 법이 있다. 우리 국민이 우리 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겠느냐? 우리학교에도 학교 교칙이 있고 두발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질서가 바로 서겠느냐, 다른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겠느냐, 단체생활에서는 법을 잘 지켜야 할 것 아니냐. 너가 연애활동이나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머리를 깎아야 할 것 아니냐,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나한테 이야기 하든지, 담임선생님이나 부장선생님께 말씀을 드려라, 만약 계속 불응하면 그 때 가서 의논해서 결정을 하겠다.’
그렇게 교감선생님께서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하니 그 완고한 학생이 반쯤 알아듣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 교감선생님께 와서 머리를 깎겠다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자기 아버지, 어머니보다 연세 많으신 교감선생님께서 점잖게 타이르고 설득을 하니 끝까지 고집하던 학생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담임선생님의 한계가 왔을 때 부장선생님께서 도와주고, 부장선생님의 한계가 왔을 때 교감선생님이 도와주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문제도 해결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숙을 위한 지름길은 없습니다. 계속해서 설득하고 인내하며 교육하고 사랑하며 깨우쳐 줄 때 학생들은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담임선생님이 안 되면 동료선생님이 도와주고, 동료선생님이 안 되면 부장선생님이 도와주고, 부장선생님이 안 되면 교감선생님이 도와주고, 교감선생님이 안 되면 최후의 보루인 교장이 나서보고 이렇게 해서 학생들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하루 빨리 변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지 보다는 학생들이 더 강하게, 더 바르게 변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꾸준히, 꾸준히, 힘을 함께, 힘을 함께 하면서 말입니다. 교육은 협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