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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유석의 ‘천연기념물’ 구경하러 오세요!


“로또”
“귀하신 몸”
“천연기념물”

복권당첨도, 인기스타도, 사라져가는 희귀동식물도 아닌 초등학교의 남교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얼마나 남교사들의 수가 귀하면 이런 은어들이 나돌까?

올해 서울시에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 여교사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공립은 83.4%나 나왔다고 한다. 10명 중에 8명씩이나 여교사이고, 겨우 2명이 남교사라는 말이다. 사립은 56.4%로 나와서 그나마 남녀의 균형을 유지하는 셈이다. 사립이 공립에 비해 남교사가 많은 이유는 야근, 야외체험학습, 캠프 등 궂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강서․양천구의 유일한 사립초등학교인 유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니 너무도 특이해서 사립의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남교사의 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15명의 교원 중에 10명이 남교사라서 여교사의 비율은 33.3%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6년 동안 한 번도 여교사를 담임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하는 학생들도 있다. 남교사 담임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하는 공립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고 공립에서는 감히 꿈도 꾸어보지 못할 정말 꿈같은 얘기다.

그래서 가끔 교장선생님께 농담이지만 뼈있는 건의를 드리곤 한다. “우리학교를 다 남교사로 채용해서 전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남교사학교로 만들 의향은 없으세요?”라고 말이다. 그 말에 교장선생님은 더 이상 거론할 가치도 없다는 듯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하셨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두고 학력에 전력을 투구해야하는 고등학교도 아니고 인성교육을 중요시해야할 초등학교에서는 여교사와 남교사가 적절히 섞여있는 게 아이들에게 좋다는 지론이었다. 그런 쓸데없는 공상할려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더 연구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자꾸 머릿속에는 남교사들만 존재하는 초등학교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용산구에 있는 한강초등학교는 교원 전체 18명이 여자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 유석초등학교가 처음으로 교원 15명을 모두 남자로 채용해서 널리널리 홍보한다면 전국에서 서로 오겠다고 우르르 몰려들지 않을까? 경쟁률이 2:1이 아닌 20:1이 될 거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 살맛날텐데 말야? 우리 학교의 인기가 높아진다는데야 그보다 즐거울 일이 어디메 있겠나? 그럼 양호교사는? 남자 양호교사도 있나? 거기에서 막힌다.

에구구, 내가 여교사면서 지금 뭔소리를 하고 있는건지...만약에 남교사만 채용하는 프로젝트를 현실화한다면 내 모가지는 당장 짤리게 되겠지만, 여교사만 득시글거리는 공립과는 확연히 대비되도록 남교사만 우글거리는 사립학교라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하긴 지금의 남교사 비율로도 전국 순위에 들터이니 숫적으로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솔직히 우리 학교의 다섯 밖에 없는 여교사들은 무늬만 여자지 속은 거지반 남자나 다름이 없다. 야근은 거의 밥먹다시피하고 캠프고 어디고간에 몇 박 며칠의 아동인솔에도 군말없이 남교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다운 여성이 없고 더욱이 내숭떠는 여자들도 없다. 그래서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우리 학교의 여자들은 어떻게 남자들보다 더 남자 같냐.”

그 중에서도 나는 가장 여자답지 못한 여자 1순위로 통한다. 하지만 짜장면으로 저녁을 시켜먹고 밤늦게 남아서 일하다가 혼자 계단을 내려올 때면 무서움에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그럴 땐 나도 여자구나 하는 실감을 하곤 한다.

여교사 천국이라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추세에 반비례하여 남교사가 훨씬 많은 우리 학교, 여교사도 있지만 거지반 남자나 다름없는 우리 학교, 남교사들 수가 많은 것만으로도 우리 유석초등학교가 입소문을 타고 널리널리 회자되어 강서․양천구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동쪽인 강동구에서도, 북쪽인 도봉구에서도, 남쪽인 관악구에서도 먼 거리 불사하고 우리 학교로 서로 올려고 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시 초등학교에 자녀를 두고 계신 학부모 여러분! 귀하신 몸, 로또, 천연기념물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예요. ‘생각하는 돌멩이’ 유석으로 어서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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