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출근하는 북부순환도로 왼편에는 산들이 보입니다. 신호를 대기하는 중 산을 둘러보니 온갖 나무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푸른 잎들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연한 것도 있습니다. 짙은 것도 있습니다. 한 가지의 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마다 다릅니다. 나무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잎들의 모양도 다양합니다. 잎들의 색깔도 다양합니다. 맨 뒤에 있는 나무만 같은 나무입니다. 같은 색깔입니다. 같은 나무 같은 색깔도 그런 대로 보기가 좋았습니다만 그것보다 여러 가지 나무에 여러 가지 잎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한 가지의 색깔, 한 가지의 나무보다는 다양한 나무, 다양한 색깔이 어울리니 더욱 아름답습니다. 모양이 납니다. 그림이 곱습니다. 눈길도 자주 갑니다. 권태도 덜 옵니다. 눈에 톡 튀는 색깔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봄철에 맞게 연한 잎이 대부분이었는데 한 나무는 아주 짙습니다. 한 나무는 너무 지나치게 짙어 오히려 검게 보입니다. 그래도 이들이 함께 어울리니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을 떠올립니다. 학생들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짙은 푸른 나뭇잎처럼 톡 튀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너무 도가 지나쳐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착하고 순합니다. 연한 잎처럼 생명의 시작을 알립니다. 연한 잎처럼 성장의 시작을 알립니다. 연한 잎처럼 뭔가 연약하게만 보입니다. 연한 잎처럼 뭔가 부족해 보이는 듯합니다.
많은 학생들 가운데는 뭔가 자신을 드러낼 만한 능력을 갖춘 학생들도 있습니다. 뭔가 자신을 자랑할 만한 특기를 가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뭔가 자신을 뽐낼 만한 선행을 가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뭔가 자신을 높일 만한 자랑거리를 가진 학생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는 것이 어설픈 학생들도 있습니다. 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더럽히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말 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으니 더욱 아름다운 것 아닙니까? 그러니 더욱 보기가 좋지 않습니까? 다양한 색깔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으니 농소중이라는 동산이 더욱 어울리지 않습니까? 다양한 나무들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농소중이라는 동산이 더욱 풍성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이런 다양한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는 아름다운 마음, 폭넓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갖가지의 다양한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톡 튄다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색깔이 너무 진하다고 그 나무를 잘라버리면 동산 전체가 모양이 날 것 같습니까? 오히려 삭막할 것 아닙니까?
문제 학생 잘라버리고 문제 학생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 버리고 문제 학생 기피해 버리면 우리 동산이 풍성해질 것 같습니까? 그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빈약해질 뿐입니다. 골치 아픈 학생 없어지고 나면 그보다 더한 골치 아픈 학생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안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추한 모습 그대로 안아야 합니다. 학생들의 약점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약한 모습 그대로 수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어설픈 행동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학생들의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고 받아들이기가 거북한 학생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어울려 보기 좋게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야 함께 어울려 서로 위로하게 됩니다. 그래야 함께 어울려 서로 격려하게 됩니다. 그래야 함께 어울려 서로 화답하게 됩니다. 그래야 함께 어울려 ‘푸름’이라는 공통점을 만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은 언제나 이 많은 학생들에게 언제나 생명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이 품고 있는 물을 공급하여 나무들이 푸른 생명력을 과시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물과 에너지를 공급하여 학생들이 푸른 생명력을 과시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모든 학생들이 그러해야 합니다. 산으로 눈을 돌려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한 나무도 죽은 상태로 있지 않습니다. 한 나무도 푸른 잎을 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앙상한 가지에 푸른 힘살이 올라 모두 푸른 색상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이 우리 학생들도 푸른 힘살이 올랐으면 합니다. 푸른 에너지가 충만했으면 합니다. 나름대로 푸른 옷으로 갈아입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