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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몰매맞는 스승의날을 맘편하게 교사의날로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
5월 21일은 성년의 날

이 많고도 많은 날 중에 유독 환영받지 못하는 날이 있다.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한 5월 15일 스승의 날. 근로자, 어린이, 어버이, 성년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그네들의 기념일을 맘껏 누리는데 반해 선생님은 자축은커녕 돌팔매질을 당해 얻어맞아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되는 세태다. 축하받지도 못하는 스승의 날을 왜 만들어가지고 이렇게 도마 위에서 신나게 회쳐지는 신세가 되었는지 서글플 뿐이다. 아이들이 생일날에 잘 부르는 ‘왜 태어났니’를 크게 소리쳐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파업을 밥먹듯이 하는 근로자들도 5월 1일만큼은 한마음이 되어 기념일을 자축하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동분서주하는 학부모들도 5월 8일만큼은 자식들이 꽃아 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보무도 당당하게 다니는데, 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혼을 다 뺀 선생님들은 5월 15일만 되면 학교재량휴업일을 하니마니 행사를 치르니마니하는 고민을 하며 우울해해야 하는지. 왜 왜 왜 하필이면 가뜩이나 행사가 많은 5월에 끼어가지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뒤에 붙어가지고 스승의 날이 젯밥이 되어야하는지 모를 일이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 낌새가 보이기라도 하면 언론에서는 물 만난 것처럼 불법향응에 촌지수수니 해가면서 집중적으로 편파보도를 하고, 시민단체들은 눈에 불을 켜고 비리학교, 비리선생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라고 마녀사냥하듯 몰아붙이고, 생전 듣도 보지 못했던 단체들까지 합세해서 교사들이 동네북인양 신나게 두드려댄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생일상을 받기는커녕 몰매 맞아 다리몽댕이가 부러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날이다. 그래서 5월이 다가오는 게 겁나고 스승의 스짜도 듣기가 싫다.

이런 꼴을 보다못했는지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스승의 날을 5월에서 학기말인 2월로 옮긴다는 근시안적인 발상을 내놓았다. 그랬다가 교육부가 그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맘대로 옮길 수 없다고 하자 5월은 스승의 날, 2월은 사은의 달로 치르라는 공문을 시달했다.

교사들의 입장이 되어 제 밥그릇 좀 찾아먹으라고 권위를 내세워줘도 모자랄 한솥밥을 먹는 어르신인 서울시교육청에서 되려 죄인을 만들어 2월로 옮기자고 했다고 하니 참 씁쓸한 일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65,000 교사의 입장을 대변해야할 수장이 각종단체의 여론에 굴복해서 우리의 생일상도 못찾아먹고 뒤로 미룬다?

상급단체인 위에서 당당하게 굴면 그 제도권 속에서 사는 교사들은 어깨에 힘을 주고 살 수가 있다. 하지만 부평초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가뜩이나 힘없는 교사들은 주눅이 들어서 마땅히 주어진 권리도 찾아먹지 못하게 된다.

스승의 날을 옮기자는 발상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승의 날을 찾아먹어서 즐거운 한 마당의 축제로 승화시키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어차피 제자들이나 학부모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스승의 날이라면 낯간지러운 스승이라는 말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냥 교사의 날로 정해서 우리끼리라도 맘편하게 하루를 즐겼으면 한다. 스승의 날의 원래 취지처럼 불우한 퇴직교사나 질병으로 신음하는 교사를 직접 방문하여 위로하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타의에 의해 붙여지는 스승의 날이 아닌 교사인 우리가 주체가 되어 자축하는 교사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게 내 생각이다.

너무도 많이 얻어터져서 달력에서 15일이란 숫자를 오려버리고 싶은 스승의 날. 어릴 때 눈물을 글썽이며 불렀던 스승의 날 노래가 아픔으로 다가온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시다.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체벌하는 교사의 동영상을 제자가 찍어올리고, 자식에게 꾸지람했다고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손찌검하는 지금 세태에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노래다. 이렇게 바꿔야하지 않을까?

스승의날 다가오면 우울해져요 없어지면 편하겠지만 슬퍼지네요
말도많고 탈도많은 5월 15일 교사의날 바꿔주면 맘편하겠네
아아아 스승되기 정말어려워 아아아 교사로서 살기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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