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이 선생님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습니다. 햇살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찬란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오는 산은 싱그럽기 그지없습니다. 출근길의 가로수는 길쭉하게 줄을 서서 푸른 옷을 입고서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스승의 날 선생님들의 무거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며 격려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양쪽에 길다랗게 늘어선 걸이 화분에 있는 봄꽃들이 선생님들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학교에 출근해 교장실에 들어오니 꽃바구니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이름을 보니 누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제자는 아닌 것 같고 어느 분이 갖다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마음이 기쁘기보다 무겁기만 합니다. 분명 마음에 우러나서 가져온 것이겠지만 이것으로 인해 말 많고 탈 많은 요즘 세상 온갖 말들이 만들어 질까봐 오히려 신경이 쓰일 뿐입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스승의 날을 2월말로 옮기면 어떨까 하는 칼럼도 접했습니다. 어느 지방신문 사설에서는 ‘아무리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하나 그래도 당신들이 있는 한 한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하는 말이 가슴에 와 닿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스승의 날을 전후해 온갖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있기에 한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학생들의 장래는 희망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미래는 빛이 납니다. 스승의 날의 참뜻이 선생님들의 은덕과 존경심을 나타내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러하기에 스승의 날은 그 누가 뭐라 해도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날도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달도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5월은 존경의 달입니다. 5월은 공경의 달입니다. 5월은 행복의 달입니다. 누구를 존경해야 합니까? 부모님 아닙니까? 선생님 아닙니까? 누구를 공경해야 합니까? 부모님 아닙니까? 선생님 아닙니까? 누가 행복해야 합니까? 부모님 아닙니까? 누가 행복해야 합니까? 선생님 아닙니까?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은 존경의 달이요, 공경의 달이며 행복의 달에 함께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더 이상 2월로 미루느니 스승의 날을 없애느니 하는 말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어디 누가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정성껏 선물하며 대접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어버이날을 없애자고 하는 분이 있습니까? 날짜를 다른 달로 옮기자고 합니까?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선물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없애자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날짜를 바꾸자고 해서도 안 됩니다.
선물은 주는 분의 자유 아닙니까? 마음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안 하면 될 것 아닙니까? 누가 선물 안 한다고 뭐라 합니까? 누가 인사 안 한다고 뭐라 합니까? 누가 꽃가지고 오지 않는다고 뭐라 합니까?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준비하는 선물보다 학생들이 손수 쓴 짤막한 편지 하나에 더 감동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괜히 선물 갖다 주고 말 만들어내지 말아야 합니다. 더 이상 스승의 날에 대한 말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교사는 있지만 스승이 없다느니 하면서 교사들을 더 이상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붙여주는 말이 바로 스승입니다. 바로 선생님입니다. 그러니 교사=스승=선생인 것입니다. 따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스승의 날이 바로 교사의 날이요 선생님의 날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바로 왕입니다. 선생님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은 가장 존경받을 대상입니다. 부모님을 존경하듯이 선생님을 존경해야 합니다. 왕을 존경하듯이 선생님을 존경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최고입니다. 부모님 세상에서 최고이듯이 선생님이 최고여야 합니다. 왕이 최고이듯이 선생님이 최고이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가장 높은 사람입니다. 부모님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분 아닙니까? 그와 같이 선생님도 가장 높은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왕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분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왕과 같이 부모님과 같이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을 높이고 선생님의 최고의 분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스승의 날의 참뜻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