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여기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입니다. 이곳에는 소년체전 복싱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우리학교 학생 한 명이 결승전에 올랐기 때문에 격려차 여기에 와 있습니다. 다행히 숙소에 컴퓨터가 있어 이렇게 아침에 메모를 하게 됩니다. 담당 선생님 말씀으로는 별로 기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결승에서 맞붙는 선수와 사전 연습경기를 해 본 적이 있는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실컷 얻어맞기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은근한 기대가 있습니다. 시합에서는 언제나 예외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기대했던 금메달 유망주인 두 선수는 초반에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수가 결승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바로 예외인 것입니다.
한 달 전 전국복싱선수권대회에서 두 친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이 학생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보나마다 어금니를 깨물고 이날을 기다리며 피땀을 흘렸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남들이 볼 때는 예외라고 하겠지만 그 학생이 볼 때는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도 마음속에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꼭 해내었으면 합니다.
특히 기대를 걸게 해주는 대목은 바로 이 선수의 자신감입니다. 자기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선수와는 다른 점입니다. 실컷 얻어맞은 경험이 있어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없을 법도 한데 그러하지 않음을 보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됩니다. 오늘 11시 30분쯤 시합이 있을 예정인데 우리 선생님들께서 많이 응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제는 영천에 열리는 태권도 시합을 지켜보았습니다. 두 학생 중 한 명은 초반에 탈락하고 한 학생이 시합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4강전에서 아깝게 져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거기만 이기면 결승에 나갈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저가 볼 때는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1점이 쳐지는 상황에서 시간이 20,30초밖에 남지 않으니 얼마나 조마한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공격을 시원하게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결국은 공격을 하지 못하고 지고 말았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지만 그 선수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저는 시합을 마치고 온 선수에게 잘했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으니 더 멀리 내다보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했습니다.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격려를 하고서는 안동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태권도 선수들의 부모님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애들이 시합에 나가지 못해도 직장의 연차를 내며, 연가를 내고서 함께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며 비디오로 분석을 하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부모님들의 뒤에서 밀어주는 힘이 장차 자녀들이 큰 선수로 발돋움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또 울산에서 저를 포함해 네 분의 교장선생님께서 오셨는데 남의 학교 선수가 시합을 할 때에는 자리를 옮겨가며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학교 학생이 시합할 때는 다른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오셔서 함께 응원을 해주니 하나 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울산에 속한 모든 선수들이 함께 응원하는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승부를 떠나 함께 응원해 주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스포츠가 이끄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다른 학생들이 응원해주고, 다른 학부모님들이 응원해주고, 다른 교장선생들이 응원해주고, 다른 체육선생님들이 응원해주고 중학생이 초등학생들을 응원해주는 모습들이 계절의 여왕 5월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은 교육은 응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부서에서 일을 맡아 하더라도 다른 부서 선생님들은 잘 해라고, 잘한다고 격려하며 응원하며 하나 되는 모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모습들을 지금까지 잘 보여 왔지 않았습니까? 계속해서 그러했으면 합니다.
이번 주에는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우리학교에서 있습니다. 수업하시는 선생님을 응원하고 격려해야죠. 수업하시는 선생님을 도와드려야 합니다. 영어선생님이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면 더욱 빛이 날 것 아니겠습니까? 교육은 응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