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 그런지 몸이 무거웠습니다. 새벽 세 시 반에 잠이 깨어 그 뒤로 잠을 자지 않은 탓인지 계속 눈이 감기곤 했습니다. 오늘 토요일 오후가 없었더라면 찌든 몸을 보충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사를 제쳐놓고 오후에는 편히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몸이 훨씬 가볍습니다. 정신이 훨씬 맑습니다. 마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맑은 정신이라 그런지 생각도 맑은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에 열심히 청소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우리학교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선생님이십니다. 애들이 한창 등교하는 시간에 현관으로 나가보니 검은 봉지를 들고 운동장 주변과 화단 주변과 학교 전체를 돌면서 휴지를 줍고 계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모든 일에 모범이십니다. 수업하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청소하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선생님들을 이끌어 가시는 것도 그러합니다.
젊은 선생님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그렇다고 승진에 뜻을 두고 계시는 선생님도 아니십니다. 부장도 극구 사양하시는 것을 교감선생님께서 부탁, 부탁해서 거절을 못하시고 맡아주셨습니다. 저는 이 선생님을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이 선생님이야말로 사명을 가지신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휴지 줍도록 누가 시켰습니까? 누가 시킨다고 하고, 시키지 않는다고 안 하겠습니까? 그러할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서 인지라 이웃학교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업무협의 차 우리학교에 오셨습니다. 교장실에 와서 차를 나누면서 하시는 말씀이 학교가 너무 깨끗하다고 감탄을 하셨습니다. 우리학교는 오래된 학교라 그러하지 못하다고 했더니 그 부장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학교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우리학교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칭찬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보이지 않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가능한 것 아닙니까? 누가 뭐라 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교장, 교감을 의식하는 선생님도 아닙니다. 선생님 대접을 못 받아도 굴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위상이 떨어져도 굴하지 않습니다. 애들이 뭐라 해도 조금도 굴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에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어제 저녁에 어떤 책을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힘이 다 빠진 수탁이 목청을 뽑기 위해 한사코 잔해더미 위에 올라가 자기의 사명을 다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탁의 사명이 바로 새벽만 되면 새벽을 알리지 않습니까?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한 수탁은 헐벗은 가슴을 내밀고는 ‘일어나라, 세상아! 새날이 밝았다!’ 하고 외치지 않습니까? 오늘 아침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이야말로 바로 수탉과 같은 사명을 가지신 선생님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선생님이 계시기에 학교가 변하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변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변하는 것입니다. 모든 교직원들이 변하는 것입니다. 사명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사명은 감동을 불러 옵니다. 사명은 용기를 심어줍니다. 사명은 도전을 안겨줍니다. 사명은 생기를 불어줍니다. 사명은 우울증이 사라지게 합니다. 사명은 기쁨을 안겨줍니다. 사명은 만족을 안겨줍니다. 사명은 남을 신선하게 해줍니다. 사명은 엔돌핀을 만들어줍니다. 사명은 희망을 가져다 줍니다.
어제 오후에 읽은 수탉 이야기가 감동이 되어 소개하면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어느 날 밤 사나운 사막 폭풍이 비와 우박과 모진 바람과 함께 몰아쳤다. 새벽에 사무엘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얼마나 손실이 났는지 알아보러 밖에 나갔다. 우박이 정원을 초토화시켰고 마당에 온갖 파편들이 떨어져 있었다. 집 지붕은 군데군데 뜯기었고, 닭장은 바람에 날아가 버렸으며, 죽은 닭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온통 파괴와 황폐의 현장이었다. 엉망진창이 된 것들을 어림잡아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망연자실해하며 서 있는데 문득 닭장의 잔재인 나무더미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수탉 한 마리가 잔해를 헤치고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녀석은 쉬지 않고 잔해더미 꼭대기에 올랐다. 그 늙은 수탉은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깃털은 대부분 뽑혀 있었다. 하지만 태양이 동쪽 하늘에 떠오르자 녀석은 앙상한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의기양야하게 ‘꼬끼오’하고 목청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