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학교는 개교기념일입니다. 모두가 하루를 쉬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웃 신설학교 개교기념식에 참석하러 가게 됩니다. 우리학교는 1953년에 개교하여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입니다. 울산에서 일곱 번째로 오래 된 학교입니다. 만 명이 넘는 인재를 길러낸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학교에 근무한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우리학교 동창회장님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동창회 회장님께서는 이웃 농협에서 조합장으로 계시는 분이십니다. 동창회 회장이 되기 전부터 우리학교에 관심이 많으셔서 1사 1학교 자매결연을 맺어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번에 만났을 때도 모교의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현재 도와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낙후된 환경을 개선해 줄까를 고민하기도 하셨습니다. 이웃 신설학교에 비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고 학교를 다시 살려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학교 형편을 말씀 드렸습니다. 학교에 들어오는 입구가 너무 혼잡해 언제나 사고 날 위험이 있으니 학교 앞에 복개를 해 주든지 아니면 홍수의 위험이 있어 복개가 어렵다면 구멍 뚫린 쇠로 막아서 그 위에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든지 아니면 일방통행이라도 해서 학생들의 등하교에 위험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교실의 냉난방시설, 삐거덕 소리 나는 바닥 교체, 허물어져가는 담장 수리, 유리창 파손을 막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정망 설치, 허술한 교문을 새롭게 단장하는 일, 도서를 구입하는 일, 불우학생 장학금 등 여러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학교 예산은 한정이 되어 있어 손을 대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동창회에서 협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동창회 회장님께서는 우리학교 졸업생 중 유력한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힘을 써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우리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 지도해달라는 부탁도 계셨습니다. 저는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젊은 선생님들이 많고 아주 유능하신 분임을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우리학교에 오시는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만 알고 계셨고 열심히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고 계셨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 어려운 임용고사에 합격해서 처음으로 발령을 받아 오신 선생님이 많으신데 그분들은 어느 누구보다 열정이 뛰어나시고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많으신 분임을 말씀 드렸습니다.
모두가 초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선생님이시며 주로 대구, 포항, 경주, 부산 등 외지에 오신 선생님들이 많아 자취를 해 가면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인사규정에 따라 인사이동을 하기 때문에 1,2년 적당히 머물다가 떠나는 선생님들은 거의 없다고 말씀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해를 하시더군요.
정말 우리 선생님들이야말로 울산 외곽에서 문화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못한 일반 주택에 살고 있는 애들에게 내 자식처럼, 내 형제,자매처럼 애살을 가지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감격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대나무처럼 화초밭에서 혼자서 높이 우뚝 서서 자라나는 화초에 살랑살랑 손만 흔들어주는 그런 선생님이 아니라 대나무가 화초밭에서 물이 없어 말라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대나무 자신을 잘라 그 빈 것을 그릇으로 삼아 물어 떠서 줌으로 다시 살게 하는 선생님이십니다.
그 정도로 헌신적입니다. 그 정도로 자신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최선을 다합니다. 그 정도로 애들을 사랑합니다. 학생들이 별나서 심심하면 청소도구를 망가뜨립니다. 아무데나 버립니다. 그러니 청소할 때 뒷마무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러면 선생님들은 아무 말 없이 자기 돈으로 청소도구를 사서 청소하게 합니다. 이렇게 물질도 아끼지 않고 몸도 아끼지 않고 마음도 아끼지 않고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십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어느 누구에게 보이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사명을 위해 애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생활하는 교직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우리학교 식당에서 근무하는 두 분의 남편께서 원치 않는 질병으로 투병 중에 있는 것을 알고 힘들게 간호하며 수발하는 조리사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정성을 모아 사랑을 모아 우리의 따뜻함을 전달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정성을 전달했습니다. 사랑을 전달했습니다. 정을 전달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아마 이분들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치료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감격해 하며 힘들 때 더욱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분들이 이렇게 가족과 같은 사랑을 느끼며 사랑을 키우며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늘 개교기념일에 전 교직원들이 즐거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저번 달에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이 달도 행복메이커가 되겠습니다. 저는 여러 선생님들이, 여러 직원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데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려 합니다. 비록 더워지고 짜증나며 학생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6월이지만 인내하고 인내하며 지혜롭게 학생들을 잘 이끌어나가 행복이 계속 이어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