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와 잘 아는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필자에게 글을 한 편 보내주셨다. 초파리의 일생을 가르치다 아이들에게 좀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마침 각자가 초파리의 입장이 되어 일기를 써보게 했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리포터가 생각해도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 한교닷컴 선생님들께도 소개해 본다.
아래 글은 그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어느 초등학생의 글이다. 선생님의 동의를 얻어 한교닷컴에 올리니 독자여러분들도 한번 읽어보시길...
초파리의 하루
얼음 목욕을 해야 할 만큼 더운 날씨다. 오늘 나는 드디어 그 답답한 알속에서 나왔다. 나와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음식도 실컷 먹었다.
내 친구 중에 미나가 있는데 미나는 며칠 전에 위로 올라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색깔만 짙어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아마 병이 난 것 같다. 걱정이 되어 엄마에게 물어보니 초파리의 한살이는 알, 애벌레, 어른벌레, 번데기, 성충의 과정을 거치는데 미나는 이 중에서 번데기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란다.
몇 달 뒤, 나도 미나처럼 번데기가 되었다. 답답하고 배가 너무 고팠다. 하지만 성충이 되려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자 그런 대로 견딜 만 했다.
며칠 후에 성충이 되었는데 미남이와 짝짓기를 하여 궁금이를 낳았다. 알을 낳을 때 배가 너무나 아파서 엉엉 울었다. 첫아이는 이름이 궁금이라서 그런지 궁금해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 통에 골치가 아플 정도였다. 며칠 후에 다시 공주를 낳았는데 이 얘는 또 이름이 공주라서 그런지 예쁜 척을 많이 했다. 옷, 신발, 머리핀, 등을 산다고 돈을 많이 썼다.
우리 남편 미남이는 여섯 살이지만 힘든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겉으로 봐서는 19세처럼 늙어 보인다. 하지만 궁금이와 공주를 보면 힘이 솟는다고 했다.
오늘은 모처럼 온가족이 모여 놀이 공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공주가 무섭다며 우는 통에 우리는 겨우 바이킹 하나만 탔다. 그마저도 공주가 기절하는 바람에 급히 집으로 돌아와서 쉬었다. 그렇지만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