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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거 사가지고 오느라 좀 늦었네요"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첫번째 주가 지나고 있다. 방학을 맞긴 했지만 교원들은 각종연수를 받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내는 모습이다.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의 경우는 전체 교원의 절반정도가 크고 작은 연수를 이번 여름방학동안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이다. 그만큼 연수를 통한 전문성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우리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원정보화연수에 18명의 교원들이 참가하고 있다. 벌써 이틀째이다.

물론 다른학교 선생님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연수를 받아본 교원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연수 자체가 불편한 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다. 또한 잘 모르는 선생님들과 함께 연수를 받다보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수기관을 잘 만나면 풍부한 간식을 즐기면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연수기관에서는 커피나 녹차,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식을 대신하게 된다. 그것은 예산의 문제인데, 연수진행에 충분한 운영예산을 배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연수기관으로 지정된 일선학교의 경우는 냉방비나 난방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부족한 운영예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연수에 필요한 물품까지도 연수운영비로 충당해야 하지만 그 예산은 상상외로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사정때문에 연수기관으로 지정된 일선학교들은 항상 연수를 받으러 오는 교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제 예산이 현실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대하는 바는 매우 크다 하겠다. 이렇게 여건이 부족하지만 연수를 받는 교원들의 열기는 더위를 이길만큼 뜨겁다. 진지한 자세는 물론이고 연수시간 내내 단 한차례도 소홀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 그 자체인 것이다.

아침에 연수시작시간이 임박했는데도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항상 제일먼저 컴퓨터실에 와서 자리를 잡았었다. 좀 늦으시는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강의준비를 하느라 금새 잊고 말았다. 1교시 연수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났을 무렵 뒷문을 열고 슬그머니 교장선생님이 들어오시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눈으로 인사를 하고 계속 강의를 진행했다. 그렇게 1교시가 끝이나고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이 되었다.

컴퓨터실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보니 풍부한 간식거리가 테이블위에 놓여 있었다. 출처가 궁금하긴 했지만 일단 연수받으시는 선생님들에게 간식이 있으니 좀 드시라는 이야기를 했다. 모든 선생님들이 맛있게 간식을 드시는 모습이 학생들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뒤에 선생님들은 그 간식의 출처가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그때 교무부장 선생님이 '이거 교장선생님이 사가지고 오셨다네요. 선생님들 맛있게 드시고 연수 열심히 잘 받으시라는 뜻이라고 하시네요.' 물론 교장선생님도 연수를 받는 연수생이다.

컴퓨터실 안의 교장선생님 곁으로 갔다. '강사가 준비해야 할 것을 교장선생님께서 준비하셨네요. 정말 맛있던데요.' '제가 그거 사가지고 오느라고  좀 늦었네요. 연수생이 지각해서 미안해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다. 연수생들이기 이전에 우리학교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접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간식을 준비해 오셨다는 것이다. 간식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교장선생님이 마음 자체가 강사나 연수생 모두에게 힘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잘 챙겨주시는 교장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겨울방학때도 꼭 대방중학교로 연수 받으러 오겠습니다. 정말 요즈음 교장선생님 같지 않으신것 같아요. 정말 부럽습니다.' 연수를 받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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