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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1980년 10월 25일. 3년 4개월의 지방행정서기를 끝으로 교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집에서 거의 4시간 걸려 찾아간 고흥의 바닷가 학교. 지금은 폐교 되어버렸지만, 그 때는 12학급의 제법 큰 학교였다. 처음 찾아가던 날은 마침 가을 운동회를 하고 있었다. 부임인사만 간단히 하고 자취방을 찾아 나섰다. 둘째 날은 가을소풍이라서 어정쩡하게 보냈다.

48명의 아이들과 교실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그 당시는 초등학교 교사가 부족하던 때였다. 그 영향으로 내 반 아이들은 석 달째 옆 반과 합반하여 96명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교사 자격증을 얻고 순위고사를 거쳐 학교에 부임했지만 가르치는 일은 서툴었던 햇병아리 교사 시절. 사실상 첫날이나 마찬가지인 사흘째 되던 날. 나는 울보 선생이 되고 말았다.

진단평가를 하려고 국어 시험지를 나누어주고 난 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다 했다는 게 아닌가? 너무 빨리 끝낸 게 의아해서 시험지를 살펴 본 나는 깜짝 놀라다 못해 충격을 받고 말았다.

“얘들아, 벌써 다 했니?”
“예”
“공부를 참 잘 하는 가 보구나.”
“.........”

다 했다는 아이들의 시험지를 거두다가 스물 네 살의 초보교사는 아이들의 시험지를 들고 교장실로 달려가고 말았다.

“교장 선생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아니 무슨 일로 이렇게......”
“48명의 아이들 중에서 15명의 아이들이 글씨를 읽지 못합니다. 1, 2학년도 아닌 4학년 아이들의 30% 이상이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으니 제 힘으로는 너무 벅찰 것 같습니다."

거의 울다시피 말하는 햇병아리 교사의 3일만의 사직이기에 듣고 계시던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정 그러시다면 장 선생님이 한 달 동안만 참고 가르쳐 주시면 어떨까요? 아이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커서 눈물부터 보일 정도라면 충분히 아이들을 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달 뒤에도 지금 같은 마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한 달을 약속한 교직생활이 어느덧 26년을 넘겼지만 그때의 정열이 그립다. 아이들이 너무 딱해서, 무거운 책임감에 울어버린 초보교사 시절처럼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다. 그 첫사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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