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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고려대의 소신, 교육당국이 꺾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사단은 내신 실질반영률을 둘러싼 대학과 교육당국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교육당국은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내신 실질반영률을 30%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대학에 행․재정적 제재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들었다. 그 첫 번째 타깃은 교육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일찌감치 내신 실질반영률(17.96%)을 정한 고려대로, ‘교수충원 부족’을 빌미로 내년도 학생정원을 160명 줄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 당국의 조치는 교육의 미래를 가두는 비교육적 처사임에 분명하다. 학생정원을 줄이는 것은 대학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사안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교육당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교육부는 고려대에 대한 정원 감축 통보는 교수 미충원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며 이른바 ‘꽤씸죄’와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당국이 내신 실질반영률에 집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관건이 내신에 달려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사교육으로 인한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유일한 방안으로 내신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내신이 학교와 지역 간의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학력을 정확히 드러내주는 바로미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교 현장에서 내신으로 인하여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믿는 교사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내신 반영률이 높아지면서 사교육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방에서도 수능이나 논술보다는 내신 관리 때문에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새로운 전형 요소로 떠오른 통합논술은 그 성격상 학원보다는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일 수 없는 고민이 있다. 왜냐하면 내신은 주로 암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단기간의 준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실력은 지식의 내면화를 통한 응용 능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신을 관리하기 위한 학교 시험은 이와같은 능력을 충실하게 검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도 ‘내신용’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사용한다. 이는 학교시험은 잘 치르지만 수능이나 대학별고사는 성적이 신통치 않은 학생들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물론 대학도 이같은 사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고려대는 내신이 전형자료로서의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2학기 수시모집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전형 우수선발의 경우 내신(20%)보다는 논술의 비중(80%)을 강화했다. 또한 정시모집 인원의 50%는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문제는 교육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대다수의 대학들이 고려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고려대처럼 수능이나 논술의 비중을 높이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교육당국의 압력에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는 지난 해 영국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 세계 150위 안에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서울대(63위)에 이어 고려대가 유일하다. 가뜩이나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과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국내 대학의 실정에 비춰보면 고려대의 선전(善戰)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교육 당국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려대의 노력을 격려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납득할 수 없는 핑계를 들어 발목을 잡는다면 이는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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