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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신앙권이 먼저냐, 학습권이 먼저냐

종교사학의 신앙 실행의 자유와 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법원판결의 의미

2007년 10월초에 학생 학습권 보장에 관한 법원의 중요한 판결 둘이 있었다. 하나는 10월 1일에 전교조 교사들이 학원비리 척결을 이유로 수업을 거부하고 집회 및 시위를 벌이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과, 10월 5일에 기독교 사학인 대광고에 다니던 강의석 군이 교내에서 예배 및 종교수업 선택권을 요구하다가 퇴학을 당하자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여 1심에서 승소를 한 것이었다.

두 가지 소송 모두 학생들의 학습 받을 권리를 다룬 소송이었지만 본 리포트에서는 종교사학의 신앙 실행의 자유와 학생의 학습권이 충돌할 경우 어느 것에 우선권을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결인 후자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강의석 군이 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지 그 원인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강의석 군은 현재 서울대 법대 3학년으로 서울대광고 재학 때 학생회장을 하였는데 기독교학교를 다녔었다. 이른바 미션스쿨은 재학생들에게 일정시간의 종교과목과 예배의식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에 강의석 군은 교내에서 예배 및 종교수업 선택권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식을 하다가 끝내 퇴학을 당하고 말았다. 이에 불복하여 퇴학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승소하였고, 이후에 서울대 법대에 수시입학을 한 후 학교 재단 측의 부당한 처사와 이를 지도 감독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5천1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여 '학교 측이 1천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판결을 얻어냈다. 즉, 학교의 종교행사 강요로 헌법에 보장된 종교와 양심의 자유,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당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 하겠다.

재판부 판결문의 중요내용을 중심으로 보면,
'사립학교에서 종교교육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나 종교교육의 자유가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할 때에는 교육의 공공성으로 인해 헌법에서 규정한 교육관계 법령상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사학법인의 종교교육 활동의 자유와 법의 통제를 통한 한계를 규정했으며,
'일정한 종교단체가 선교 등을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해도 그것이 공교육 시스템 속의 학교로 존재하는 한 선교보다는 교육을 1차적인 기능으로 삼아야 하고, 선교를 이유로 학생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누려야 할 교육권 내지는 학습권을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비록 학생들의 올바른 심성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도 공교육 테두리 내에서는 종교에 관한 객관적인 지식과 이해를 높여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그쳐야지 특정 교리와 의식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할 것이다.

아울러 종교교육의 자유가 학교라는 교육기관 내에서 학생들의 신앙의 자유 등과 충돌할 때는 학생의 신앙의 자유가 우선한다고 인정하였으며, 이는 한 인간의 자유가 더 본질적이며 인격적 가치를 지닌 상위의 기본권에 해당돼 헌법이 보장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은 정당하고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업을 받을 권리까지 포함함을 판시하였다. 이에 대해 종교사학 관계자들은 '사학의 건학이념과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종교 활동이 위축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학생 학습권이 먼저다

우선 이 판결에 대해서 판결시기가 조금 늦었고 1심판결이었기는 하지만 상식에 기초한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학생들의 학습권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최우선시해야 하는 지상과제인 것이다. 이에 더해 기독교라는 특정종교를 넘어서 종교의 목적은 99마리의 어린 양보다 1마리의 길 잃은 양을 돌보고 보살펴야 하는 것이 그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길을 찾고자 하는 한 학생에게 가혹한 처벌을 했던 것은 온당하지 못한 것이었다. 종교라는 것은 자신에게는 죽음과도 바꿀 수 있는 믿음일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고,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그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 또한 참다운 종교인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필자는 초중고와 대학을 공립과 국립을 다녔지만 종교계 사립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1학년 때 교회에 다니라고 반강제적으로 강요한 전도사보다 본인의 일을 성실히 하면서 봉사활동으로 사랑을 실천을 보여준 2학년 때의 전도사의 행동을 통해 신의 참다운 사랑을 배워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이 마음을 흔들고 화해를 낳았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하겠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아프간 피랍사태 또한 이러한 공격적 선교가 똬리를 틀고 있었으며, 그 밑바탕에는 배타주의 구원론이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종교란 자신의 교리를 강요하지 않고, 이웃들의 삶이 회복되도록 아픈 사람은 조건 없이 치료해 주고, 배고픈 이웃에겐 빵을 주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는 기술을 가르쳐주며 그저 도왔던 슈바이처 박사와 테레사 수녀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대광고 전 류상태 교목실장(목사직을 반납하였음)의 말과 공자가 제자 중궁에게 말한 仁의 개념을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라 한 것에 대해 편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종교사학의 교육운영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법적 규제의 틀을 다듬어야 하며, 학교에서 종교 과목을 편성할 때 다른 과목도 복수로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지도점검 해야 할 것이다.

* 위 글은 [월간 학부모 11월호]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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