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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도대체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퇴근 무렵 어수선한 교무실의 한 귀퉁이. 머리를 짧게 깎은 학생 하나가 어머니와 함께 학적계 선생님 앞에서 전학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안되겠니?"

담임 선생님의 간곡한 타이름에도 학생은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옆에 서 계시던 그 학생의 어머님께서 더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고 계셨다.

지금, 인근의 타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우기고 있는 J군은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지내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했던 편으로 이렇게 갑자기 시골의 K학교로 전학을 간다는 것이 매우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다음 날, J군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여쭤보기로 했다. J군의 어머니께서는 매우 난감해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슨 이유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무조건 그 학교가 좋대요. 한 달 여 동안 타일러도 보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도무지 고집을 꺾지 않네요. K학교로 전학을 가게되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도 저렇게 막무가내니…. 죄송하지만 선생님께서 그 녀석을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J군 어머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나로서도 Y군의 결심이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보충수업과 종례가 모두 끝난 한가한 시각인 저녁 5시 20쯤, 조용히 J군을 불렀다. 보라색 맥문동 꽃이 흐드러지게 핀 교정의 벤치에서 J군과 마주앉았다.

"네가 갑자기 시골에 있는 K학교로 전학을 간다니 선생님도 많이 놀랐단다. 어머님한테 대충 말씀은 들었지만 그래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구나. 선생님한테만은 솔직하게 말해주면 안되겠니?"

J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머리 때문입니다. 제가 전학 가려는 B고는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있거든요."

J군의 대답은 예상외였고 좀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그래, 네 심정은 이해하겠다만 그렇다고 머리 기르는 것이 친구나 학교보다 더 좋단 것은 선생님도 선뜻 이해할 수가 없구나."
"그건 선생님께서 잘 모르시는 말씀이에요. 요즘 저희들에게 있어 두발에 대한 집착은 인생만큼이나 중요하거든요."

J군의 말을 들으며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벽 하나가 J군과 나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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