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인 것 같다. 하늘은 푸르다. 공기는 맑고 깨끗하다. 온 산은 채색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울긋불긋 가로수는 단풍을 앞질러 선보인다. 성숙한 크고 작은 새들은 하늘을 무대삼아 가을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안개는 동대산을 따뜻하게 감싼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아침 태양은 얇은 푸른 하늘을 배경 삼고 더 밝게 빛난다.
이 좋은 아침에 엊그제 읽은 10대의 생각과 삶 속에 빠져든다. 10대 앤 맥커티가 쓴 글을 읽었다. 제목은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10대를 더욱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기쁨을 느끼게 된다. 10대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알았다. 10대들이 무엇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알았다. 10대들이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앤 맥커티는 아빠를 일찍 여의고 새 아빠를 얻게 되었고 새 아빠를 따라 학교를 옮기는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몸은 병들었는지 사고가 났는지 몰라도 쇠와 가죽으로 된 보철구를 차고 있었다. 목뼈와 머리 허리와 엉덩이 윗부분까지 뻣뻣한 보철구를 차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은 상태였다.
그러니 얼마나 울었겠는가? 버림받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괴물같은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까웠겠는가? 9월인데도 날씨가 더워 역겨운 몰골에 냄새까지 풍기는 자신을 얼마나 미워했겠는가? 내가 이렇게 남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나, 왜 내가 친한 친구들을 버리고 다른 학교로 와야 하나, 왜 내가 이런 꼴을 다는 학생들에게 보여야 하나 하면서 얼마나 그 모습에 탈피하고 싶었겠는가?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몇 년 동안 보철구를 차고 다니다가 그것을 벗으면 많은 친구들이 자기의 달라진 모습들을 보면서 놀라며 반응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아무도 가장 친한 친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앤 맥커티는 놀라워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고는 말미에 적어 놓았다. “내 친구들은 오랫동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보철구 같은 건 신경도 안 썼다는 사실을. 보철구가 있건 없건, 애들이 나를 볼 때 눈에 들어온 건, 나라는 친구였던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이런 교훈을 얻게 된다.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의 약점 때문에 괴로워하고 안타까워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학대하고 있지만 아무도 자기의 약점을 약점으로 보지 않고 그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면서 친구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학생도 자기의 약한 모습 때문에, 자신의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자기의 말 못할 가정 형편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자기를 홀대해서는 안 되겠다.
10대들의 정신은 맑고 깨끗하다. 친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원하지 친구의 약점으로 인해 멀리하거나 조롱하거나 비웃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학생도 자신을 비하하거나 학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기 혼자 자기를 잘못 해석하여 남을 미워하고 친구를 미워하고 부모를 미워하고 선생님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가정을 더럽히고 지역을 더럽히고 학교를 더럽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자신을 봐 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를 별나게 기른다든지 교복을 입지 않고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서 생활한다든지 교복을 자기 마음대로 짧게 고쳐 입는다든지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런 학생들은 앤 맥커티와 같은 깨달음이 있었으면 한다. 앤 맥커티가 보철구를 차고 있다가 그것을 벗는 날 많은 학생들이 놀라워하며 크게 반응을 나타내 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색다른 모습을 하고 색다른 행동을 해도 아무도 관심도 없고 반응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자신을 바르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친구들의 눈에는 색다르게 꾸미는 것 보이지 않고 본래 있는 모습 그것이 보인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남을 의식하지 말고 남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껴 줄 수 있는 그런 학생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