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아빠
마량초등학교
1학년 박예빛나
우리 집에도 못 오시고
일만 하는 우리 아빠
힘들지 않으실까?
할머니가 빨리 나으셔야
아빠도 좋으실 거야
할머니도 아빠도
우리 가족 모두 소중해요
일만 하는 우리 아빠
정말 사랑해요
글눈을 뜬 우리 반 1학년 소녀가 쓴 시랍니다. 나는 이 시 앞에서 한참 동안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빠와 멀리 떨어져서 할머니와 살아가는 우리 반의 천사지요. 자칫하면 어둡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아이들에게 뒤지 않을만큼 예쁘고 착하게 잘 자라는 모습이 늘 대견스런 아이랍니다.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가정교육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감동을 받곤 합니다. 그나마 방과후 보육교실 덕분에 학교에서 4시까지 돌봐주니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만큼 열심히, 밝게 생활하고 있어서 참 좋답니다.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보람은 늘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이랍니다. 1학기만 잘 버텨(?)내면 눈에 보이게 자라는 모습이 얼마나 옹골진지 모릅니다. 나는 늘 생각합니다. 정신 연령은 8살에 머무른다면 이 세상에 범죄자는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오늘 아침의 등굣길에 만난 작년 제자인 2학년 서경이와 미심이에게 또 한 수를 배웠지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응, 사랑스런 우리 아가씨들도 안녕?"
"선생님은 늙으셨는데도 왜 주름살이 없어요?"
"그러니? 너희들처럼 예쁜 아이들을 가르치니 그러나 보다." 했더니 "아, 선생님은 좋은 책을 많이 보시니까 그렇지." 합니다.
장래 희망이 선생님인 서경이는 지난 1학년 때에도 내 입장이 된 것처럼, 마치 자기가 선생님이 된 것처럼 내 편을 들어주던 아이였지요. 먼 후일 저 꼬마 아가씨가 선생님이 될 날을 상상하며 나는 늘 그 아이 앞에서 더 조심하곤 합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얼굴조차 늙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했으니까요.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힘든 일도 있지만 웃는 일도 참 많으니까요. 아이들은 젊어지는 샘물 주머니랍니다. 요녀석들이 지금처럼 예쁜 마음 그대로 어른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