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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이혼을 가르치는 인터넷 강국

20년 가까이 담임교사를 맡으면서 날이 갈수록 가정이 흔들리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문제아의 원인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편부, 편모 가정이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물론 이 같은 문제가 온전히 부부 관계로만 원인을 돌릴 수는 없더라도 이혼이 가정 위기의 근간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조만간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이혼율은 지난 1990년대에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이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40%를 넘어서 ‘이혼 천국’이라는 불명예스런 훈장까지 달게 되었다.

예로부터 부부의 금실은 화목한 가정의 필수 조건으로 꼽혔고, 자녀들의 인격 형성과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안정된 가정, 좋은 부부 사이에서 성장하는 자녀들은 정서적인 건강은 물론이고 친화력이 뛰어나 공동체 생활도 잘 적응한다. 따라서 원만한 부부 관계는 가족 공동체의 결속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가의 질서와 안녕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건강한 부부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 못지않게 무엇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IT강국인 우리나라는 어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하여 각종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식과 정보의 시대에 인터넷은 이미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지만 정보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인터넷 뉴스의 단골 화젯거리인 연예인들의 파경 소식은 한창 정신적인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크다.

물론 이들도 공인이기에 앞서 개인으로서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동감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마저 변제되는 것은 아니다. 불륜과 치정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까지 얽혀 종국에는 법적인 절차로 이어지는 이들에게서 과연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스럽다. 특히 이같은 뉴스를 마치 전 국민의 관심사인양 시인성이 가장 뛰어난 자리에 배치하는 일부 포털 사이트의 얄팍한 상술(商術)이 더 큰 문제다.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를 보면 사랑의 숭고함과 부부의 도리를 가르치는 내용이 많다. 고전소설 「춘향전」은 돈과 권세 등 숱한 장애를 뛰어넘어 부부의 연을 맺는 애틋한 사랑을, 국민시인 김소월의 대표작인 「진달래꽃」은 이별의 정한마저도 헌신적인 사랑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김시습의 「이생규정전」은 변치않는 믿음을 바탕으로 죽음을 초월한 숭고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얼마 전,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부부애를 그린 「이생규장전」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주인공들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겠느냐고 가벼운 질문을 던진 일이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부부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그 이유를 물어본즉, “인터넷을 보면 유명한 사람들도 그런 경우가 많잖아요”라며 오히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배우는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위기의 가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는 달리 부부의 연을 맺고 끊는 것이 마치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라면 이는 가정은 물론이고 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일임에 분명하다. 일거수일투족이 청소년들의 관심사인 연예인들의 윤리 의식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OOO 이혼”하는 식의 뉴스가 인터넷 상술로 이용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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