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푸른 바다 황해가 원유냄새 넘쳐나는 흑해가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고 생명인 사람들이 온통 시꺼멓게 되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이리 저리 뛰어다녀보지만 조금도 검은 띠가 벗겨지질 않습니다.
재앙입니다. 미련한 인간들이 만든 재앙입니다. 왜 이렇게도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했을까요. 왜 유조선에 기름탱크를 2중으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이제 와서 후회해도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깨어진 바가지가 되었습니다. 매사에 성취에 급급한 나머지 보다 중요한 절차적 과정을 소홀히 생각하는 사회 풍조가 만들어낸 인재이고 사람이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바다에 사는 어민들에게 바다는 생명이고 모든 것입니다. 망연자실해 하는 그들을 보면서 환경재앙을 생각했습니다. 이런 재앙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습니다.
최대한 많이 최대한 빨리 주워 담아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합니다. 1997년 1월 2일에 있었던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정 앞바다의 중유 유출 사건을 생각해봅니다. 그때 미쿠니에는 6,000kl 가 넘는 중유가 유출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 태안앞바다에 비하면 적은 양입니다만.
미쿠니 마을은 해녀들의 마을로 불리며 아름다운 해안 절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해안 절벽이다 보니 흘러 내린 중유를 처리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고 후 두 달 반 만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해안의 기름제거가 완전히 성공적으로 마쳐진 것이었습니다. 30만 명을 상회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열과 성을 다하여 제거작업에 동참하여 불가능 할 것만 같은 기름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입니다.
바다가 모든 것인 사람들에게 흑해 바다는 절망입니다. 자고나면 자꾸 새로운 기름덩어리가 밀려오는 현실 앞에 그냥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힘을 보태어야 합니다. 사고가 난 태안 반도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이자 천연기념물이며 세계 유일의 사구인 '신두리 사구'를 안고 있는 비경을 간직한 해상국립공원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또한 천혜의 입지가 돋보이는 가로림만을 포함해 반도 90킬로미터와 해안선 40킬로미터에 양식장과 어장 8천여 헥타르,만리포.천리포.백리포.학암포 등 백사장과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런 천혜의 비경과 풍부한 수자원을 간직한 태안을 온전히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무를 오늘을 사는 우리는 지고 있습니다. 사람에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의 미쿠니정 앞바다의 사태에서 보듯이 이웃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모이면 우리도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