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에서 고교학점제 시행과 관련한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안과 권고사항을 표결로 의결했다. 공통과목 이수 기준에 학업성취율을 포함하는 권고사항을 두고 찬성 12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결론 났다.
이날 표결 전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찬성한 12명 대부분의 의견은 초·중등 교육 현장을 제대로 파악한 뒤 제기된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이다. 논점 일탈, 논리적 오류가 너무나 심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회의에 처음 참석한 신규 위원들의 의견이 그랬다.
공통과목 이수 기준에 학업성취율 포함하느냐 마느냐 문제인데 “교사와 학생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학에서 이미 인공지능과 온라인으로 교육해 석·박사까지 주는 시대니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 운영에 문제없을 것 같다” 등 주장이 나왔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 문제라면 최성보에 따른 민원 제기를 걱정해야 함에도 되레 이를 찬성의 근거로 삼는 것이나, 자기주도학습 능숙도가 높은 대학생의 온라인교육 학위 문제와 수업 출석조차 잘 하지 않는 고교생을 동일한 비교선상에 놓는다는 자체가 논리상 허점이라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의 이해도는 고사하고, 이전 논의된 회의록을 제대로 확인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이나 상임위원 2명이라도 회의를 바로 잡았어야 하나, 수수방관하다 표결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국교위원장, 상임위원에 초·중등 교육 현실을 제대로 아는 인사로 둬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고교교육 특별위원회나 전문위원회 등 자문기구가 존재하지만, 차 위원장은 이들 논의를 참고하지 않았다. 특히 진로융합선택과목 및 전문교과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특위 만장일치 의견으로 나왔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는 차 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년 10월 긴급하게 구성한 관련 특위를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당시 그는 “고교학점제 관련 학교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어 현안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첫 특위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현안에 대한 다각적 검토와 충실한 논의를 통해 시급히 필요한 개선방안 제언과 근본적인 고교교육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작은 논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함이라 했지만, 결말은 ‘무늬만 특위’로 끝났다. 자문 역할인 전문위원회의 논의도 마찬가지다.
손덕제 국교위원(울산 농소중 교감)은 “개근해도 고교를 졸업 못 하게 될 수 있는 중차대한 변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문제인데, 충분한 논의 없이 답을 정해놓고 진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현실을 전달해도 정치적 수사로 대신하고 모른 척 넘어간다면 교원들의 자괴감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