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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름다운 퇴임식

학교마다 정년 퇴임 행사가 줄지어 있는 2월이다.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의 퇴임행사 진행을 도우면서 더욱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구성한 기획이었고  자연의 섭리를 저버리지 않는 들꽃향기를 지닌 분이라 기획 자체가 형식적이거나 무겁지 않고 작은 이벤트성을 지니게 된 것이어서 기획진들 스스로 학교업무와 상관없이 행복감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영예로운 퇴임식 날을 기념하는 것이 목표라면 헤어짐이란 슬픔 대신에 기쁨과 희망을 준비하는 것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설득에도 교장선생님은 학교업무관련 지역의 교육가족 외에 본인의 가족을 비롯하여 외부손님을 초대하지 않고 혼자 당당히 무대를 채우셨다.
 
본인은 많은 분들께 평생을 축하해 주셨으면서 진작 본인의 일에는 모든 것을 생략할 정도로 많은 분들께 폐를 끼칠까 우려하시는 것 이기도 하지만 받음보다 주는 기쁨을 택하심이 아닐까 한다.
 
행사가 유익하고 모든이들의 가슴에 남겨야 한다는 것을 기초로 하였다. 더욱 감사한 일은 꽃다발과 기념패를 드리는 분들이 시나리오 없이 각자의 분위기 맞게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그 중 한 여자운영위원님의 꽃다발 증정 시에 교장선생님 향한 스킨 쉽의 세레모니는 식장을 데우는 데는 순식간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준비한 합창연주는‘ my way’를 준비하였는데 영어교사이면서 전국가요제에서 수상한 적이 있는 선생님이 음을 이끌어 주고 학생과 교사가 함께 화음과 열창으로 퇴임식장을 더욱 뜨겁게 했다. 그 중 지금도 생생하게 남는 구절이 있다.

‘I did what I had to do and saw it thru without exemption I planned each chartered course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 way.(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했고 힘들었던 고난의 일들을 아무런 편법도 쓰지 않고 해왔습니다. 나는 내모든 인생의 길을 계획했고 그 길을 따라 최선을 다해 걸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장선생님 본인의 퇴임사는 이례적인 말씀보다는 시며 노래로 채워졌다.

‘저는 아직도 계속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다시 떠나는 그 길이 외롭고 지칠 땐 여러분들의 따뜻했던 정이 고향마을의 냇물소리가 되어 가슴 적셔 줄 것입니다’

지금은 본교 교사이면서 중학교 당시 제자이던 한 여선생님이 드리는 송별사가 더욱 식장을 하나로 여울지게 했다.

‘37년이란 교직생활에서 리더쉽, 성실, 청렴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몸소 실천하신 선생님...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셨으며 백합을 보고 감성을 키울 수 있게 하시고, 수필집 '추억여행'을 통해 노래하듯이 아름답게 살아야 함을 말씀 하셨습니다.
 
늘 지도자로서 저희 앞에 서 계셨던 선생님, 아이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저희는 이제 어디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배워야할지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절제와 훈련으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이루어 내신 선생님, 당신은 한 인간으로서 성공한 삶을 사셨습니다. 먼 훗날 선생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교사가 되어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이런 아름다운 퇴임식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교장선생님께서 남기신 자취이며 향기이다. 모시던 교장선생님의 퇴임식을 아름답게 마칠수 있어서 가슴 뿌듯하다.

이번 새 학기에는 다른 학교로 이동한다. 앞으로 3개의 학교를 다니고 나면 나도 정년을 맞을 나이이다. 머지 않은 훗날, 나의 정년퇴임에도 이 같은 퇴임식이 허락 될까?

*퇴임행사 보기 주소
http://www.ulsan-gh.hs.kr/bbs/board.php?bo_table=_notice&wr_id=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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