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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준비의 기간

중국 어느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장사꾼 얘기를 할까 합니다. 장사꾼이 그 마을에서 본 것 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농부들이 대나무를 심었는데 다른 곳과 달리 제대로 자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장사꾼은 농부들에게 자라지도 않는 대나무를 심어서 무엇하냐고 물었지만 농부들은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두 해가 지났습니다. 그래도 대나무는 죽순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사꾼은 혀를 끌끌 차며 어리석은 농부들을 비웃었습니다. 대나무가 이상하든가 땅이 이상하든가 하면 빨리 방법을 강구해야지 저렇게 방치하다니 그의 눈에 농부들이 아주 이상해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네 해가 지나도 죽순이 나오지 않았지만 농부들은 부지런히 자기들 일만 할 뿐 대나무에는 신경을 도통 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5년이 되자 대나무 밭에서 갑자기 파란 죽순이 솟아났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雨後竹筍이라는 말 마냥 키가 15미터 이상 자랍니다. 그러자 농부들은 대나무를 베어 내더랍니다.

어느 노인이 장사꾼에게 얘기합니다.
“모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대나무는 순을 내기 전에 먼저 뿌리가 땅속에서 멀리까지 자란다네. 그리고 일단 순이 돋으면 길게 뻗은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양분을 얻게 되어 순식간에 키가 자라는 것일세. 5년 이라는 시간은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는 준비 기간인 셈이지.”

물건 잘 팔고 장사 잇속에 밝은 똑똑한 장사꾼 눈에는 농부들이 얼마나 바보처럼 느껴졌을까요? 저 땅을 저렇게 놀려 대기보다는 다른 작물을 심든지 다른 대나무로 대체를 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점이 분명히 들었을 겁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본인도 그렇게 느껴지는데.

하지만 모든 것은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좋은 결과를 이루기 위한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 한 해 안에 많은 일들이 이루어져서 곡식과 결과물을 얻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자양분을 마련할 토대를 마련해 준 5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음은 모든 사람들은 느낄 것입니다.
만일 농부들이 장사꾼의 비웃음과 자신들의 참을성을 견디지 못하였다면 모소라는 대나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누차 여기에 글을 올리면서 강조하는 일관된 것 중의 하나가 대통령 임기 5 년 안에 모든 것을 이룰 생각을 가지지 말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물가나 경기부양정책 같은 것은 단기간에 빛을 볼 수 있겠지만 교육이라는 것만큼은 어느 일 이 년 만에 금방 효과를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대나무 뿌리를 뽑아내거나 땅을 갈아 버리면 곤란합니다.

학교도 그렇습니다.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도 전임자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모든 것을 없애고 새로 시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전임자의 좋은 전통은 받아 안아서 계승하고 고칠것은 과감히 고쳐서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아름답고 풍성한 모소 대나무 숲을 만들기 위해 잘 심어 놓은 후에 자연의 섭리를 따르면 될 것입니다. 5년이든 4년이든 간에 준비 기간으로서 그렇게 답답한 의미의 시간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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