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처음 교사로 발령을 받아 간 곳은 전교 12학급 규모의 학교였다. 그 때 설레었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랴. 그런데 발령받은 바로 다음해 1학년을 맡게 되었다. 바로 옆 학급은 30대 중반의 베테랑 M여교사. 노래와 율동은 물론 1학년 교사 특유의 말솜씨로 입학식 첫날부터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교육청의 장학사가 내교하는 날이면 M교사의 능력은 반짝반짝 빛났다. 수업을 참관하던 장학사가 너무나 아이들을 재미있게 가르치는 M교사의 교실을 떠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교실 환경, 수업, 친목 등 못하는 것이 없는 M교사를 바라보며 ‘나는 무엇인가?’라는 허탈감에 빠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 1학년은 운동장 수업을 3일정도 할 때여서 학부모님들과 M선생님의 그늘 아래 주눅이 들었던 생각만 하면....
1학년이 단 두 학급이었으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깨 넘어 배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후로 1학년을 맡을 때마다 M교사가 생각이 났고 M교사처럼 1학년을 잘 가르쳐보리라 다짐하곤 하였다.
오늘 입학식을 하였다. 본교에 입학한 어린이는 모두 305명. 새로 옮긴 학교에서 1학년을 맡았다. 수년간 1학년을 맡을 기회가 없었는데 1학년 아이들과 1년간 생활할 것을 생각하니 그 기대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며칠간 입학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였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파일에 이름을 써서 스쿨뱅킹 신청서, 주간학습안내, 기초 조사서, 1학년 생활안내 등을 넣어 놓았다. 파일에 이름을 붙이며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했었다. 얼마나 귀여운 모습들일까? 혹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은 없을까? 등. 바로 그 생각 속에 있던 아이들이 눈 앞에 서 있다.
이름을 불러 보았다. 교사의 눈만 바라보고 대답을 하지 않는 어린이들도 있었고 애국가를 부를 때 손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어 정성껏 노래 부르는 아이, 벌써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또 친척이나 부모님이 준 꽃다발을 안고 꽃만 쳐다보고 만지작거릴 뿐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귀여운 어린이들을 올 한해 맡게 된데 대하여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 어린이들은 교사인 나를 믿고 따를 것이다. 또 가정에서 학부모님들은 역시 교사를 믿고 학교에 보낼 것이다. 이와 같은 믿음에 보답할 길은 아이들 앞에 그 어떤 편견을 배제하고 공정함과 올바른 교육관, 교수방법 개선의 부단한 노력으로 행복한 어린이들로 자라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