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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공교육 정상화, ‘교과평가제’를 통하여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교육과학부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안에 따르면 대학입시와 관련된 제반 업무는 대교협에, 초중등 교육정책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와 지방 교육청에 대폭 이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부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나 교육정보화사업 등 교육 인프라의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통제보다는 자율을 내세우며 교육 전반에 걸쳐 간섭을 최소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교원평가에 대해서만큼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교육력 강화는 아무래도 교사의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면, 교육은 ‘교사놀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원평가제 시행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재작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이미 시범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교원 단체와 학부모 단체 등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앞으로도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현재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교원평가’란 말은 교육 현장의 실상과는 동떨어진 작위적 명칭이다. 물론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까지 참여해 교사 개인의 수업활동을 평가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개인 능력 중심의 평가로 인해 자칫 교육활동의 근간인 공동체 의식을 해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현재의 교원평가 시스템을 뜯어보면 동료 교사들 간의 화합과 협조보다는 개인의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원평가가 개별 교사에 대한 평가로 흐를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교사들 간의 과열 경쟁에 있다. 즉 상대방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되면 장점을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지부터 걱정한다는 데 있다. 평가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은 개인주의를 심화시켜 학습지도에 효율적인 자료를 개발하고도 공유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된다. 특히 교과지도 경험이 풍부한 중진 교사들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 수도 있다.

평가 방식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 개별 교사에 대한 평가는 교장, 교감 등 학교관리자와 동료 교사는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까지 참여한다. 학교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교과지도보다는 행정처리능력을 우선시할 개연성이 높고, 동료 교사 간에는 인간관계나 친밀도에 따라 연고의식이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학생은 교원평가를 인기투표로 오해할 공산이 크며, 학부모도 한 두 번의 공개수업을 보고 정확한 평가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원평가의 목적이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있다면 개인보다는 차라리 개인이 속한 교과공동체(국어 교과, 수학 교과 등)에 대한 평가가 더 바람직하다. 사람의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그 능력 또한 천차만별이다. 교사의 지도능력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개별 교사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과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동료의 장점을 일반화하고 단점을 고치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거나 효율적인 지도를 위해서라면 자료 개발이나 공유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공교육의 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교육은 다른 조직과는 달리 특출난 개인에 의해 그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주의를 부추기는 교원평가제보다는 동료 교사 간의 연계와 협조를 중시하는 교과평가제가 교육력 향상에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도 이점을 감안하여 참여정부에서 입안했던 교원평가제를 무조건 추진할 것이 아니라 그 장단점부터 면밀히 분석해보고 만약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교과평가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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