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봄햇살처럼 따스한 아이들의 마음과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묘사된 살아있는 글입니다. 혼자만 읽기가 아까워 소개하오니 한가한 시간에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 어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자율학습 지도가 없는 날인데 모 선생님께서 아주 급한 일이 있으시다 기에 제가 대신 자율학습 지도를 했습니다. 그것도 밤 11시까지 하는 보현재 자율학습 지도.
저는 10시까지 하는 2학년 자율학습 지도는 익숙하지만 11시까지 하는 보현재 지도는 금년 들어 처음이라 솔직히 좀 고생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에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늘 보현재를 지도하시는 샘들께 정말 죄송하고 고생 많이 하시는구나 라는 생각도 혼자 해 보았습니다.
밤 11시에 끝나면 오늘이 금요일이라 집에 빨리 가서 텔레비전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나 봐야지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자율학습 지도에 임했습니다.
지도를 하다가 문득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야자 지도를 하시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실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서 잠깐동안 제가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이다 생각하고 보현재를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보는 시각이 전혀 달라보였습니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내 할 일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형광등 하나하나를 점검하게 되고, 바닥의 휴지를 줍게되며, 조는 학생들을 정말로 사랑으로 깨워주고... 잠시동안 저도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보현재 야자 끝나기 10분 전, 10시 50분 경에 처음 보는 3학년 학생이 저한테 와서 인사를 꾸벅해서 '아 저 녀석이 먼저 보내달라고 부탁하려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왜?"라고 그냥 별 생각 없이 물었습니다. 한번도 가르쳐 본적이 없는 낯선 3학년 학생인지라 말이죠.
그때 그 학생이 예쁜 리본으로 장식된 사탕 케이스를 내밀면서
"고맙습니다, 선생님"라고 인사를 해서
"나는 너를 잘 모르고 또 이곳 보현재 지로를 처음 하니 이 선물은 받을 자격이 없다. 가져가서 다른 샘들이나 너희 부모님께 드려라"라고 하면서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이 하는 말
"오늘 보현재를 지도해 주시는 샘께 꼭 전달하고 싶어서 준비한 선물입니다. 받아주세요"
이 말을 듣고 저는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탕 선물 케이스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지 한 장이 붙어있었습니다.
오늘은 3월 14일 화이트 데이. 이런 날 밤늦게까지 저희를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보현재 대표는 아니지만, 이런 면엔 우둔한 보현재 아이들을 대신해 사비을 털었습니다. 별 거 아니지만 맛있게 드세요. 제자 000 드림.
저는 빨리 그 학생의 명찰을 보고 이름을 적었으며 순간적으로 그 학생의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서령고 입학 한 것도 효자 노릇했고, 또 이곳 보현재까지 들어와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처음 보는 샘께 선물하는 학생....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TV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보는 것 보다 이 글을 빨리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은 충동이 더 강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 감동은 제 마음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며 늘 제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또 얘기하고 또 얘기하겠습니다. 저도 다음주에 야자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반 애들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자연산 붕어빵이나 사주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