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평초 평생교육, 할머니들 한글교실 4년째 운영-
화사하고 따사로운 3월의 오후, 백발에 굽은 허리, 시장 가방을 들고 학교를 찾아오시는 할머니, 보행은 비교적 자유롭지 못하고, 주름살 깊은 얼굴이지만 수줍은 듯한 미소가 잔잔하고 편안하다. 반갑게 상냥하게 인사를 하신다.
4년째 우리 학교를 다니시며 한글을 공부하시는 70대 후반의 김모 할머니시다. 한학년도가 끝나면 내년에는 어떻게 할 거(다음 해에도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지의 여부)냐고 걱정스럽게 물으시곤 하셨는데 한글반에서 공부하신지 벌써 4년이 흘렀다. 학생으로 치면 4학년이 된 셈이다.
“아직도 잘 몰라! 머릿속에 남아 있덜 안혀.”
그때는 알 것 같은디 자고나면 까먹는단다. 배울 때뿐이란다. 그래도 소득은 있다고 하신다. 아는 글자가 많아졌다고 하신다. 동네 가게들의 간판이름이며 시내버스의 행선지며 아들 손자들의 이름들을 읽고 쓰실 수 있다고 하신다. 숫자를 읽을 수 있어 전화번호 누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란다. 제일 어려운 것이 선생님께서 읽어 주시는 받아쓰기란다. 읽을 수 있는 글자도 받아쓸 때는 어렵단다. 그럴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하신단다.
“어디 공부가 단가요? 이렇게 학교에 댕기면서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어린 손지들 노는 모습도 보고, 단 한글자라도 배워서 알면 다행이지요. 학교에서 이렇게 공부 시켜주는 것, 정말 고맙당게요.”
학교에 나오는 것 자체가 소일거리고 보람이고 즐거움이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다니겠다고 하시면서 웃으신다. 어릴 때 학교 문턱에도 못가봤는데 지금이라도 교실에서 선생님 모시고 공부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늦배움이지만 만족하다고 하신다.
원평초등학교의 평생교육 노인 문해교육을 위한 ‘한글교실’에서는 30여 할머니들이 1주일에 4일씩 한글 공부를 하신다. 작년까지는 주 2일씩 출석수업을 하였는데 공부를 더 시켜달라는 요청 때문에 주4일 출석수업을 하도록 하였다. 작년까지는 학교의 교사들이 자원봉사로 수업을 했지만 금년부터는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수업을 전담하게 하고 있다.
한글반 뿐만 아니라 수영장에서는 주 3일씩의 건강수영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주로 할머니들로써 90여 명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배구반, 사물놀이반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원평초는 교과부 선정 ‘지역과 함께 하는 학교’ 사업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와 지역의 특성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므로써 학생만의 학교가 아닌 지역민 모두의 학교가 되고 있다. 학교의 물적 인적 자원을 지역 주민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할머니,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게 뭔지 아세요?”
“그야 뭐 돈 아니면 출세? 아니 건강이 최고지 뭐.”
“그래요.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어요. 공부하신다고 절대로 스트레스 받으시면 안돼요. 그냥 놀러 다닌다고 생각하시고 학교에 오세요. 아셨죠?”
“그래도 쬐끔은 스트레스를 받는디 어쩐다냐!”
깔깔 웃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지난날의 어려웠던 시절이 연상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