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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무너진 자존의 어깨 다시 한번 추스려야

존경하는 일선의 교장․교감 선생님들께.
개학식과 입학식을 치르면서 희망찬 새 학년도 새 출발의 닻을 올린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 새 삼월의 끝자락입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그리움에 부푼 처녀의 젖가슴처럼 금세라도 터질 듯 꽃망울 부풀어 오른다 싶더니 벌써 한 잎 두 잎 시들어 지고 있는 목련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다 볼 틈조차 없이 무언가에 쫒기 듯이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란 것이, 어쩌면 짧은 봄밤의 꿈처럼 피었다가는 홀연히 지고 마는 저 꽃잎 같다는 생각에 그만 숙연해지는 마음 한 구석 소리 없이 찾아드는 쓸쓸함을 벗 삼아서, 안타까운 우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잠시나마 함께 걱정해 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의 굴레를 걸머지고 계시는 교장․교감 선생님. 학교 경영하시기가 너무 힘드시죠? 공교육 무용론이 공공연히 들먹여질 정도로 학교가 불신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시고자 하는 일 어느 한 가지도 쉽지 않으실 줄 압니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조류 속에서 나름의 철학과 비전으로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읽어내어 그에 합당한 교육목표와 실행계획을 세우는 일이 그러하고, 투입된 노력에 상응하는 교육성과의 산출을 위해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관점이 다른 학교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가는 일은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게다가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는 오죽 다양하고 복잡합니까?

현장에 계시는 교장․교감선생님들께서 힘들 때 내뱉는 넋두리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 그 좋은 시절 교장 한번을 못해보고, 이 좋은 시절에 교사 노릇을 할 수도 없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 어디에도 호소할 곳 없는 학교경영의 어려움을 홀로 삭이면서 푸념삼아 내뱉는 말씀이시겠죠. 목에 힘주고 자리만 지키고 앉아서도 학교를 척척 움직일 수 있었던 그 좋은 시절의 교장, 어찌 보면 한없이 부러울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그 옛날 권위적인 학교관리자들의 독단과 독선, 무능이 바로 오늘 우리 교육 현장의 각종 병폐를 만든 주원인은 아닐까요. 교장․ 교감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다해 가면서 의무와 책임보다 권리와 주장에 더 민감한 요즘 선생님들의 행태를 지켜보다 보면, 학교 조직의 일원으로서 아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어찌 저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넓혀서 보면 어디 선생님들만 그러던가요. 한창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그러하고 다른 직종의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선생님들보다 몇 배 더 공익보다는 사익을 앞세우지 않던가요.

우리 모두가 그토록 염원하는 공교육 신뢰 회복의 길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경영을 책임지는 학교장 선생님과 그를 보좌하는 교감선생들께서 바른 교육 실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앞장서서 헌신하고 수범하는 노력을 기울여주신다면, 걸핏하면 반대를 일삼고 사사건건 발목잡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일지라도 결국엔 대의를 따르고 교육혁신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가 제 자식을 바른 사람으로 키워주고 열심히 가르쳐 주는데 등 돌릴 학부모가 어디 있을 것이며 교장․교감이 교육을 살려보겠다며 밤낮으로 매달리는데 불구경하듯 뒷짐이나 지고 있을 선생님 또한 없다고 봅니다.

우리 교육의 마지막 보루이신 교장․교감선생님. 학교 현장에 계시니까 교육의 문제점들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화급을 다투어 바로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한 명료하게 가늠하고 계실 줄 압니다만 이런 기회를 빌어서 사족 몇 가지 달아보자면, 우선 먼저 학교를 견실한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자녀를 바르게 키워내야 할 가정교육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상처받고 방황하는 아이들의 불행을 직시한다면 학교가 제대로 된 인간교육의 도량이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다음으로 학교가 해야 할 있은, 세계화의 격류 속에서 개인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지식경쟁력이라고 할 때, 교육의 질을 높여서 아이들을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는 일이 너무도 중요합니다. 혹자는 요즘 학교가 공부를 너무 심하게 시키고 억지로 줄을 세우는 바람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도 하지만, 정녕 우리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은 학생들의 발달시기와 과업에 맞는 적정한 공부를 공부답게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좋아지면 모든 일이 더 편해질 법한데, 사회가 복잡 다원화될수록 교육자의 할 일은 더 많아지고 교육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더 크게 요구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책무성과 전문성이구요. 그 어떤 시대적 도전과 난관 앞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며 남들은, 선진국들은 스스로를 변혁하며 저만큼 앞서 달려가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변화의 무풍지대에서 안주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지금 이대로의 교육으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미래도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교장․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이 땅의 교육자 모두가 무너진 자존의 어깨를 다시 한 번 힘차게 추스르고 소명의 눈빛을 새롭게 할 때 교육은 바로 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모쪼록 인간과 교육에 대한 한줄기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학교 현장을 지켜내고 계시는 교장․교감선생님들이 있어 우리 모두가 이만큼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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