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20분. 출근준비를 서두르는데 손전화기가 삐리릭 울린다. 또 어떤 녀석이 차를 놓쳐 늦게 온다든가, 아니면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들렀다 온다든가 하는 문자이겠지 하고 내용을 확인하다 가슴이 철렁한 내용을 보았다.
“00병원부상자 왕00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통보해드립니다. 새벽(4:31) 사망추정”
갑자기 웬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00은 어제까지만 해도 교실에서 웃고 떠들고 함께 장난치던 녀석 아닌가. 근데 갑자기 사망 소식이라니.
아내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얘, 우리 반 아이인데 죽었다는 문자 왔어. 그럴 리가 없는데 말야.” 했더니 아내는 혹시 어디 아팠던 건 아니냐, 사고 난 건 아니냐 하며 오히려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속으로 아니다 싶어 하면서도 돈과 지갑을 챙겨들고 평상시 입었던 옷마저 갈아입고 자동차 키를 들고 집에서 나왔다.(평상시 출근할 때 걸어 다님.) 집을 나서며 손전화기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통화 불능이다.
그런데 사건(?)은 우습게 해결되었다. 교문에 들어서며 아이들이 조잘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야, 오늘 4교시 한다며?” “히히, 난 오늘 우리 담쌤한테 시체문자 보냈다.” 한다. 그 녀석의 ‘시체문자’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야! 시체 문자가 뭐야?” 했더니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멀뚱히 쳐다보더니 이런다.
“오늘이 만우절이잖아요. 그거 요즘 유행이에요.”
갑자기 머리가 띵 해온다. 그럼 그 녀석도 나에게 그런 문자를 보냈단 말인가. 급한 마음에 교실로 달려가 “00이 어딨어?” 소리치니 녀석이 능청맞게 “왜요?” 한다.
“너 여기 왜 있어? 너 지금 영안실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킥킥~. 어떻게 아셨어요? 쌤 골났구나.” “야 이놈아! 내 너 땜에 아침부터 얼마나 놀았는지 알아. 너 이리와 꿀밤 한 대 먹어!” “죄송해요. 그래도 잼 있잖아요. 만우절인데.” “아무리 만우절이라도 그런 문자를 보내?”
그러자 녀석이 한술 떠든다. 아버지한테도 보냈는데 아이 아버지는 그 문자 받고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라는 것이다.
녀석의 생뚱한 문자 하나로 한바탕 가슴을 쓸어내린 걸 생각하니 요즘 아이들의 사고가 가끔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유괴와 성폭력으로 사회가 뒤숭숭 때에 시체문자는 조금 심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철없음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예전 만우절엔 그래도 가슴 철렁한 사건보다는 교실에서 시체놀이 퍼포먼스나 교실 바꾸기 같은 애교 섞인 행동을 했었는데 요즘은 가슴 쓸어내리는 만우절의 모습이다. 웬만한 건 속지 않아서 그런가? 아무튼 가슴 쓸어내리는 문자는 삼가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