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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인간에 대한 믿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끼리의 상호관계를 이루면서 살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인 사람, 물질적 이기심이 가득 차고, 물리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을 가리켜 비인간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도덕적이고, 지혜롭고, 인정이 풍부하고, 희생과 봉사를 감수하고, 끈끈한 정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을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사는 사회를 원한다. 착하고 정직하고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사회를 원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너무도 비인간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 온통 어린이 대상 각종 범죄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어린이 대상의 야만적 범죄 행태를 뿌리 뽑고, 사전 예방을 위한 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사뭇 진지하다. 부모들은 불안하다. 학교주변과 등하교길이 무섭다. 동네 놀이터도 무섭고, 학원 오가는 길목도 두렵다. 자녀의 손을 꼭 붙잡고 데리고 다녀야만 안심할 수 있다. 이젠 동네 사람, 아는 사람조차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고 있다. ‘나’나 ‘내가족’ 외에는 믿을 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 특히 도시는 더 무서워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해야 한다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는 자세히 가르쳐 드리고 가능하다면 직접 모시고 안내해 드리라고 가르쳤다. 남을 의심하는 것은 나쁘다고, 믿고, 따르고, 친절하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요즘은 낯모르는 사람은 일단 의심부터 하라고 가르친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가까이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아는 사람이라도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특히 누구의 차도 타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다독거리며 칭찬하여도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불신이 극치에 다다랐다. 어른들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부모나 교사의 마음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간혹 출퇴근길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같은 방향이라면 태워드리고 싶지만 낯모르는 사람에게는 결코 차를 세워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 자신을 차량납치범쯤으로 생각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주행중에 차를 태워달라고 손을 흔드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을 관찰하야 믿을 수 있는 학생이거나 노인들이 아니면 그냥 지나친다. 특히 젊은 사람일 때는 오히려 겁도 난다. 혹시 노상강도 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참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믿게 하기도, 내가 다른 사람을 믿기도 어렵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인간성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고 고마워하면서 살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이 절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의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을 키워야 한다. 지식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덕성과 감성을 함양하고 생명 존중 의식을 신장시키기 위한 전인교육이 필요하다. 경쟁에서 이기게 하려는 교육보다는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이타적 심성을 길러야 한다. 남의 슬픔이 내 기쁨이고 남의 실패가 내 성공이 되는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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