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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지리산 자락의 작지만 아름다운 학교





화산한 벚꽃아래 호연기기를


- 남원 이백초등학교 방문기 -

전국의 벚꽃 명소에는 상춘객들로 붐비고, 대지에는 새봄의 전령들이 갖가지 새 생명의 빛깔로 봄단장을 하는 4월 초순, 구불구불 골짜기 오르막길 따라 가쁜 숨을 몰아쉬는 버스 안에서 보이는 산 산 산들, 사방팔방으로 높고 낮음이 조화를 이루는 하늘과 산이 맞닿은 경계선 아래로는 아직도 긴 겨울의 흔적들이 그대로였다. 높은 봉우리들은 갈색의 겨울옷 그대로여서 지리산의 높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깝게 보이는 길가의 가로수나 냇가의 이름모를 수목들은 잎망울 꽃망울이 통통해졌지만 온 산 전체가 연록으로 채색되려면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순간 지리산으로 올라가야할 봄들이 이 학교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봄 냄새가 물씬 풍기고 봄의 화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봄기운의 싱그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벚꽃들, 분홍인지 순백인지 구분조차 안 되는 수백만 개의 작은 꽃잎들이 반짝이는 벚꽃터널의 오르막길을 걸어 교문을 향했다. 진주 보다 더욱 은근하고 윤기어린 꽃잎더미 속에 묻힌 듯했다. 하늘을 온통 가린 꽃잎들은 이 봄 최고의 절정을 이루면서 우리 일행(2008 초등교장자격연수생 40명)을 맞았다. 환영의 쎄레머니 처럼 반짝이며 눈처럼 떨어지는 몇 개의 꽃잎들이 오색 꽃가루 보다 더 아름다웠다. 이제 막 날리기 시작하는 꽃잎 때문에 훨씬 운치가 있었다.

학교가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교문에 들어서서야 학교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파란 잔디로 조성된 운동장, 그 끝 가장자리에 온갖 자태 드러내고 활짝 핀 벚꽃들, 수십 년 동안 해마다 오늘을 연출했을 십수 그루의 웅장한 벚나무 무리가 꽃의 천지를 이루고 있었다. 70여 년 전 이 학교가 태어날 때부터 운동장 끝자락에서 학교의 움직임을 모두 보아 온 역사의 산증인이란다. 이제는 수명이 거의 되는지 노목의 퇴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곳 어린이들과 졸업생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겨져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코를 자극하는 상큼한 향기를 내뿜는 꽃잔디가 선명한 분홍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밀조밀 나지막한 2층 건물은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신축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도서실, 과학실, 컴퓨터실 등은 학생들이 활용하기 편리하도록 조성되었고, 벽면에는 학생들의 학습산출물 등이 정성스럽게 게시되어 있었다. 특히 도서실은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었으며,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충분한 휴식 공간도 조성되어 있었다. 도서실은 교실의 복도와 겸하고 있어 학생들의 접근성이 좋아 활용도가 높은 공간일 것 같았다. 교실의 학생용 책걸상이 성인용 책걸상만큼이나 넓고 편안해 보였다. 소인수 학급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학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예쁜 실외환경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내환경 속에서 오순도순 학습하는 이런 모습이 바로 소규모학교(전교생 57명)의 장점이리라 생각되었다.

작년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백남구 교장선생님께서는 인사말을 통해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고, 학생과 교직원과 학부모 모두가 한 가족이 되어 정선된 아름다운 교육환경 속에서 전인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선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철저히 하고 학생 정서 순화와 특기적성 신장을 위한 방과후학교 운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골어린이들에게는 보기조차 어려운 바이올린 학습을 전교생 대상으로 제공하여 음악성 함양과 악기 능력 연주 및 정서순화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육활동비는 학교운영비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력과 극기심, 도덕성 함양을 위한 검도 수련활동과 자기보호 능력 및 체력강화를 위한 태권도도 전교생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독서 논술 능력 제고를 위한 체계적인 독서지도 및 글짓기지도와 주기적인 독서 토론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작은 꿈의 실천부터 미래를 대비한 원대한 꿈의 실현을 위한 온갖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꿈이 있는 어린이, 꿈을 실천하는 어린이, 꿈을 이루는 어린이가 되게 하기 위한‘드림 프로젝트’에 전교원 및 전학생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백 어린이들의 심성은 우리의 자연환경이나 교육환경보다 더 아름답습니다.”라고 만면에 미소를 띠며 열띤 자랑을 하셨다.

보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 교육공동체의 유기적인 교육활동이며, 아름다운 마음씨와 건강한 신체를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물질적이고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냉정한 사회성을 기르기보다는 남과 어울림을 통해 나보다 약한 이웃을 도우려는 심성을 지니게 하고, 인간성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교육 본질일 것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학교, 작기에 더욱 아름다운 학교, 작아도 풍부함과 넉넉함이 가득 넘치는 이백초등학교 방문을 통해 교장 역할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앞에서 끄는 것보다 뒤에서 밀어 줄 때 학교라는 조직 공동체는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백교장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차창 너머 지나치는 지리산의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좀더 겸손하게 살겠다는 다짐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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